지방 소멸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저출산·고령화·청년 유출에 수도권 집중까지 겹치며 가속화되는 인구 감소는 단순한 ‘통계의 변화’가 아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 정책이 여전히 행정구역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한 근본적 전환은 어렵다. 지금까지의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응은 행정구역별 예산 배분과 공모사업 위주의 재정지원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주민의 일상은 이미 행정 경계를 넘는다. 통근과 통학, 의료·소비·문화 활동은 이웃한 지역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하나의 생활권을 이룬다. 행정은 쪼개져 있는데 삶은 연결돼 있는 이 괴리가 지방 정책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려 왔다.
지방 소멸 대응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구역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권을 기준으로 정책과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해법도 이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일자리와 주거, 교육·의료·문화·교통이 함께 제공될 때만 지방은 ‘거주 가능한 공간’으로 다시 기능할 수 있다.
기술 발전과 사회 인프라의 변화는 이러한 정책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플랫폼,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맞춤형 교통 서비스는 생활권을 잇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의 삶’이 놓여야 한다.
물론 현실적 장애 요인은 적지 않다. 권한 분산 문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여건,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재정 지원의 규모보다 정책 설계의 질을 따질 때다. 단순히 돈을 더 쓰는 것이 해법이었다면, 그동안 누적된 재정지원과 공모사업의 결과가 왜 인구 감소를 막지 못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기본과 상식은 분명하다. 수단을 바꾸지 않고 결과를 바꾸기는 어렵다.
지방 소멸 대응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성장 잠재력과 세대 간 형평성, 사회 통합과 직결된 과제다. 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할 때, 지방은 비로소 기능하는 공간으로 복원될 수 있다. 그 변화가 바로 지방의 지속 가능성을 여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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