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엡스타인 자료 공개 후폭풍…트럼프 사진 삭제되며 의혹 '여전'

  • 트럼프 사진 등 16건의 파일 삭제…민주당 "美 대중 위해 투명성 필요"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제프리 엡스타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일부를 삭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삭제된 자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포함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을 둘러싼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지난 19일 웹사이트를 통해 엡스타인 수사 관련 파일을 공개했다. 하지만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포함된 문서를 포함해 총 16건의 파일을 삭제했다.

문제가 된 사진은 엡스타인이 맨해튼 자택에서 사용하던 가구를 촬영한 것으로, 열린 서랍 안에 들어 있던 여러 사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확인됐다. 해당 사진에는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엡스타인의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의 모습도 함께 찍혀 있었다.

삭제된 사진들에는 별도의 설명이 붙어 있지 않았지만, 2019년 수사기관이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0여건은 여성 나체가 포함된 예술작품이나 사진이었다.

이에 미 연방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삭제 전 갈무리해 둔 해당 사진을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하며 삭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팸 본디 법무장관을 향해 "또 무엇이 은폐되고 있느냐"라며 "미국 대중을 위해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이미지로 연결되던 링크는 법무부 웹사이트의 문서 목록에서 삭제됐고, 파일을 직접 불러오려는 시도도 차단됐다. 약 1500장의 다른 이미지가 포함된 대용량 다운로드 파일에서도 해당 사본은 제거됐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담긴 이미지는 몇 시간 뒤 다시 접근 가능해졌지만 웹사이트 목록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직접 URL을 입력해야만 열 수 있는 상태였다.

법무부는 삭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공보 담당자는 언론의 질의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법무부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추가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기 위해 사진과 기타 자료들은 법을 준수하며 계속 검토되고 편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관련 질문에 대해 법무부로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문서 공개 이후에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1시간 넘게 진행된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이 사안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시작한 뒤에도 언론과 접촉하지 않았다.

한편, 법무부는 미 의회가 제정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관련 문서 공개를 시작했으며, 향후 수주에 걸쳐 수십만 건의 문서를 추가로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1차로 공개된 문서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공개 자료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얼굴이 가려진 여성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앉아 있거나, 여성과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모습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은 다수 포함됐다. 이에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은 트럼프 대통령 측을 겨냥해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로부터, 혹은 영원히 숨기려 할 사안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은 19일 ABC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개 가능한 모든 파일은 공개돼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왔고 우리는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모든 문서가 공개되느냐'는 질문에 "법에 부합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나 빌 클린턴, 리드 호프먼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어떤 것도 숨기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사건 기록을 완전히 공개하기 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의 엡스타인 의혹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에 공개된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부분 공개는 해당 기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연관성을 은폐하고 흐리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엡스타인은 생전 트럼프 대통령과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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