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배신에 K-배터리 대충격...2029년까지 '생존 모드'

  • 포드, LG엔솔·SK온 등과 배터리 결별 수순

  • 트럼프 정책 따른 북미 전기차 부진 원인

  • 대안인 ESS 시장 성장세도 주춤

  • 2029년 업턴 예측하며 '버티기' 진입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북미 양대 완성차 업체인 포드가 전기차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면서 북미 시장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소재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적체)에서 불황 장기화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다. 전기차용 삼원계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저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2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생존을 위한 배터리·소재 업체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 9조6031억원 규모(75GWh)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경영 계획 변경으로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 2023년 매출의 약 28.5% 상당의 계약이 해지된 만큼 북미 사업 원동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포드는 SK온과 합작 관계도 청산했다. SK온과 포드의 미국 배터리 생산 합작 법인인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 중 테네시주 공장은 SK온이 맡고 켄터키주 공장은 포드의 자회사가 맡아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켄터키주에 파견한 배터리 인력은 내년 1월까지 전원 복귀한다. 

북미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기대하고 미국·캐나다 등에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을 지은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의 입장에서도 포드의 철수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포드가 전기차 사업에서 후퇴한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가 있다. 지난 10월부터 미국 내 보조금 지급이 멈춤에 따라 포드의 주력 전기차였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판매량이 급감했고 결국 생산 중단으로 이어졌다. 차세대 전기차 로드맵도 모두 백지화했다. 포드는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정비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또 다른 대형 완성차 업체인 GM도 최근 3300여명을 감원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테네시 공장도 내년 1월부터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는 등 북미 전기차 시장 축소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이 이런 상황을 예견치 못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친환경 발전의 확산으로 북미 시장에서 ESS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ESS용 LFP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전기차 부진은 예상보다 빠르고 왔고, ESS 시장은 예측보다 느리게 성장하는 게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 이후 미국 내 ESS 설치 증가세가 한동안 멈추고 4년간 조정기를 거쳐 2029년에 되어야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 등에서 배터리 셀을 조달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FEOC(외국우려기관) 규정이 강화된 것에 따른 파급 효과다. 한국 등 동맹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LFP 배터리 셀을 만들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삼원계→LFP 공정 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다. LG에너지솔루션 정도만 지난 2분기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삼원계 배터리 생산을 감축하고 LFP를 점진적으로 늘리면서 업턴(호황)이 다시 올 것으로 예측되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대비할 전망이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지난 10일 'SNE리서치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전기차에 적대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K-배터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9년 이후 전기차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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