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특별기획] 집도 사람도 모두 수도권行... 전문가들 "수도권 일극화, 모든 문제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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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일극화가 국가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라는 양축이 함께 돌아가야 할 균형발전 전략이 그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앙정부가 의사결정 권한과 예산을 쥐고 주도해 온 균형발전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9∼34세)과 중장년층(40∼64세)으로 구분해 최근 20년간 인구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인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수도권을 떠난 인구보다 전입한 인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수십년간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기구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감소세로 돌아선 총인구는 2052년 4627만명까지 줄어들고, 비수도권 광역시 인구는 약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오히려 심화돼 2052년에는 총인구의 53%, 청년 인구의 58%가 수도권에 밀집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불평등도 역시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우리나라 전체 불평등도를 매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003년에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가 57%, 비수도권 내 격차는 43%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2018년과 2019년에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가 각각 74%, 72%까지 벌어졌다.

수도권의 과밀화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져 주거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확연하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집값은 8.03% 상승했다. 반면 지방은 같은 기간 0.9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망국병’으로 불리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정책의 미비함도 원인이지만, 의사결정 구조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가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유현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회적 인식과 수도권 집중의 현실이 동조화되면서 단순히 ‘지방에도 기회가 있다’는 구호만으로는 이 거대한 쏠림 현상을 막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수십년간 정부가 균형발전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뒤로 밀려 있었다며, 이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삼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국토공간연구실 팀장은 “공공기관 이전 중심의 정책을 넘어 독일의 ‘히든 챔피언’ 사례처럼 지방 기업의 성장과 지속적인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권역 내 다른 지역으로의 경제력 이동으로 지방자치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초광역권 행정체제 구축 등의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통해 “과거 수도권 중심의 압축 성장과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비수도권은 경쟁력을 잃어왔으며, 앞으로도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민국이라는 운동장을 넓게 쓰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도권 1극 체제와 경쟁하는 다극 체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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