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우려 고조...내년 美 증시 전망에도 먹구름

  • 브로드컴·오라클 급락에 흔들린 랠리, 낙관론 vs 경계론

뉴욕증권거래소 사진UPI·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UPI·연합뉴스]


미국증시 내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수익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내년 미국증시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주 미국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한때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지만 주 후반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브로드컴과 오라클 등 AI 핵심 기업들의 실적 발표 후 AI 버블 우려가 제기되며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AI 칩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나 급증한 가운데 매출이 분기 사상 최대인 180억 달러(약 26조5415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다음 날 브로드컴 주가는 11.43% 급락하며 올 1월 이후 최악의 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맞춤형 AI 칩의 수익성, 오픈AI 관련 대규모 투자 회수 시점, 2027년 이후 성장 가시성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비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커스텐 스피어스 브로드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부품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해 일부 AI 칩 시스템 부문은 "매출 총이익률이 좀 더 낮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전날 실적을 발표한 오라클 역시 향후 실적 전망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가운데 지난주 마지막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총 15% 가까이 급락했다. 그리고 이는 AI 버블 우려를 재점화시킨 가운데 '시총 1위 기업'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 역시 타격을 면치 못했다.

'AI 버블 우려'는 채권 시장으로도 번졌다. 오라클, MS, 메타 등이 발행한 회사채는 매물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거래량이 급증했고, 30년물 미국채 대비 오라클의 2055년 만기 채권 스프레드는 0.2%포인트 상승한 2.07%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위험을 더 크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BOK 파이낸셜의 스티브 와이어트 최고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AI 구축에 대한 열광이 식은 뒤 실제 투자 수익이 나타날 때까지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AI 버블 우려가 높아지면서 내년 미국증시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현재 주요 투자은행(IB)들의 내년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전망치는 대략 7100~8100 수준으로, 12일 종가(6827.41) 대비 추가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중 가장 높은 전망치(8100)를 제시한 곳은 오펜하이머, 가장 낮은 전망치(7100)를 제시한 곳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미국증시 상승을 주도해 온 원동력인 AI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상승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투자은행 스티펠은 내년 증시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S&P500의 고평가 정도를 나타내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며 전통적 방어주 비중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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