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고환율로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외화 유출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통화정책에 의한 환율 하락 효과도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6원 오른 달러당 14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가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지만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 같은 수급 요인이 여전히 전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미 연준의 결정에 따른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효과는 소폭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높은 한·미 금리차는 해외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 압력의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시중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bp(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70원 가까이 오른 4분기에만 CET1이 많게는 21bp 내렸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줄어들면 외국인의 달러화 자산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자본유출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이는 통화정책의 여지를 넓혀주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빠지는 것을 억제할 여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국면을 끝내고 동결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내년 한·미 금리차는 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외화 유출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잔존하는 상황에선 전체적인 환율을 1400원 아래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미투자, 해외주식 매수 등 근본적인 달러 수급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금리차 축소만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준과 달리 한은이 금리 인하 종료 신호를 켠 것이 오히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7일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은행채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3~6.23%로 집계됐다. 11월 말(3.77~6.07%)과 비교하면 2주 만에 0.16%포인트 오른 수치다. 10월 말(3.39~5.69%)보다는 0.54%포인트 급등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성장률·물가 전망 상향, 포워드 가이던스에서의 변화를 감안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는 채권 금리 역시 아직 고점을 확인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는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실물경기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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