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中 '기술 굴기' 속도 붙는다...美, 엔비디아 'H200' 수출 허용

  • 판매액 25% 수수료 조건...블랙웰·루빈은 제외

  • '기술 자립' 자신감...中 수용 여부는 미지수

  • "엔비디아 승리"..."美엔 자살골"

미중정상회담사진AP·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인근 김해 공군기지에 도착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P·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을 제한해 온 미국의 반도체 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이에 따라 중국의 '기술 굴기'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판매액 25% 수수료 조건...블랙웰·루빈은 제외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및 다른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H200 제품을 출하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 완화는 엔비디아가 H200 판매액의 25%를 미 정부에 수수료로 납부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미 상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수료는 추가 관세 형식으로 부과될 예정으로, 대만 내 TSMC 공장에서 생산된 H200이 미국으로 넘어올 때 관세를 부과한 후 중국 내 고객에게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AMD·인텔 등 다른 미국 기업들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대신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과 곧 출시 예정인 '루빈'은 이번 규제 완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트럼프 행정부에 블랙웰 칩 판매를 요구했지만, 대중국 강경파의 반대와 국가 안보 우려 등을 고려해 결국 절충안인 H200으로 타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해 "중국과 그 군대가 미국의 최첨단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2022년부터 시행해 온 정책이 대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中 '기술 굴기' 속도 붙는다..."美엔 자살골"
이에 따라 중국의 '기술 굴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이게 신호탄이 되면서 중국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왔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 없이도 딥시크와 같은 미 빅테크를 위협하는 기술 기업들을 탄생시켰는데, H200까지 확보하게 되면 기술 굴기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출시된 H200은 엔비디아의 지난 세대 아키텍처 '호퍼'를 적용한 AI 칩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이는 제품으로,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적용한 B200보다는 뒤처지지만 미국이 현재 중국 수출을 승인한 동세대 저사양 칩 'H20'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싱크탱크 진보연구소(IFP)의 알렉스 스탭은 미국의 이번 결정을 "자살골"이라고 평가하며 H200이 기존에 수출이 허용된 H20보다 6배 더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H200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화웨이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자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궈신지(SMIC)를 비롯해 AI 반도체 스타트업 무어스레드·메타X 등을 필두로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는 자국산 칩을 개발해 왔고, H20까지는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H2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했음에도 엔비디아 칩의 보안을 문제 삼으며 자국 기업들에 H20의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H20보다 성능이 좋은 H200을 공급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그만큼 기술 자립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황 CEO도 H200 칩을 중국이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H200이 중국이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칩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이번 규제 완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사실을 전하자 "시 주석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해 "엔비디아의 승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황 CEO는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해 중국이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AI 경쟁에서 미국에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중국 강경파들에 맞서 규제 완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왔고, 결국 트럼프가 황 CEO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실제 미 정부가 중국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간다 해도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 8월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되면 분기당 20억~50억 달러(약 2조9430억~7조3580억원) 규모의 칩을 중국으로 출하할 수 있다"며 수요에 따라 매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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