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상장사 계열사 간 금전대여 공시...왜 중요할까?

  • '계열사 부실'이 모회사 리스크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상장사들의 공시 가운데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항목 중 하나가 바로 계열사 간 금전대여 결정 공시입니다. 단순히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계열사의 운영 상황을 가늠할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일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자기자본보다 많은 금액을 계열사에 빌려줘 '과도한 계열사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215건의 금전대여 결정 공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에도 217건이 공시되는 등 매년 꾸준히 200건 이상이 공시되고 있습니다. 수치만 보더라도 상장사들이 계열사 운영을 위해 자금을 수혈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금전대여는 일반적으로 급전이 필요한 계열사에 모회사가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를 말합니다. 금융권 대출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때로는 더 낮은 이율과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부실 계열사의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신사업 추진을 위한 초기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자기자본의 100분의 10(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경우 100분의 5) 이상의 금전대여 시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종합 미디어 콘텐츠 기업 콘텐트리중앙은 지난 1일 자회사 메가박스중앙에 160억원 규모의 금전대여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번 대여는 자회사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이며, 해당 대여금은 콘텐트리중앙 자기자본의 2.81%에 해당합니다. 이번 건을 포함해 총 금전대여 잔액은 1030억원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그룹의 중간 지주사로서 계열사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점이 재무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콘텐트리중앙의 단기차입금은 2022년 16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878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투자·재무활동 현금흐름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효성화학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에 397억원 규모의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금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효성화학의 자기자본 대비 11.03%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번 건을 포함해 효성화학이 효성비나케미칼에 빌려준 대여금은 총 1874억원에 달합니다.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한 실적은 모회사인 효성화학의 재무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감사기관 PwC 베트남에 따르면 효성비나케미칼은 1조507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으며, 단기부채가 단기자산을 1조2124억원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감사법인 PwC 베트남은 단기부채 초과 및 누적적자 지속으로 인해 지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유티아이도 베트남 종속회사인 'UTI VINA VINH PHUC Co.,Ltd'에 약 103억원 규모의 금전대여를 결정했다고 25일 공시했습니다. 금전대여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3.8%에 해당하며, 대여 목적은 시설 투자 자금입니다. 유티아이는 지난 2024년 8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자본금 1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실 계열사로의 금전대여는 자칫 모기업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해당 공시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