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쓰나미] 장기전 대비 전략 점검…정부 중장기 정책 제역할 하나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환율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의 통화 전략을 새판에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이 오를수록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8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환변동보험 가입금액은 609억원으로 지난해 11월(837억원)보다 27.24% 감소했다. 11월까지 환변동보험 가입금액은 850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647억원) 대비 32.74% 급감했다. 지난해 환변동보험이 14.0%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급격한 감소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두고 고환율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환변동보험은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화금액을 원화로 확정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상품이다. 통상 기업들은 환율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환리스크 헤지 수단을 찾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환율이 고착되면 헤지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험 가입 기준환율이 현 환율보다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는 환변동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이에 고환율 기조가 길어지면서 환변동보험 가입도 감소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전월 말 대비 20원 넘게 급등한 10월 환변동보험 가입액이 45.8% 금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전환되면 '원화 약세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4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 유출이 유발될 가능성도 높다. 에너지·식량 자급률이 높지 않은 가운데 수입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에너지 수입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산 에너지를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로 수입할 방침이다. 중동에 치우친 에너지 수입을 다른 대륙으로 분산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운송 시간이 긴 데다 이에 따른 수송비 인상 등은 민간 기업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과 중국이 식량 공급망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식량 수입 다변화 역시 소극적이다.

고환율에 따라 원자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달청은 산업수요가 높은 비철금속 6종에 대한 비축 재고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예산으로 8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예산(700억원)보다 1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다만 비축 목표 일수는 55일에서 60일로 5일가량 늘어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올해 예산안에는 1일분을 비축할 때 12억7000만원가량이 투입된 반면 내년에는 14억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철금속 가격이 대부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 기조에 따라 같은 돈을 지불해도 확보할 수 있는 수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좋아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자본 유출이 어느 정도 상쇄되고 있지만 장기 자본 유출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리쇼어링보다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