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최근 '주토피아2'의 이현민 애니메이터, 이숙희 수퍼바이저, 최영재 애니메이터가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는 디즈니에서 일한 지 어느덧 18년째고요, 이번 '주토피아 2'에서는 캐릭터들의 액팅을 맡은 애니메이터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주디 홉스' 애니메이션을 많이 담당했어요."(이현민 애니메이터)
"저는 이번 '주토피아 2'에서 세트 익스텐션, 백그라운드 배경을 총괄한 수퍼바이저를 맡았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일한 지는 9년 정도 됐고요, 확장된 도시와 새로운 공간들을 어떻게 '주토피아'의 세계 안에서 보여줄지 고민하며 작업했어요."(이숙희 수퍼바이저)
극 중 '주디'와 '닉'의 움직임은 1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도 더 깊어진 감정을 품고 있다. 10년 전 1편을 작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이야기상으로는 1편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2편이 시작되는데 실제 제작은 10년이 흘렀다. 관객이 보기에는 '방금 전 이야기'처럼 느껴져야 해서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첫 만남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면이 보이잖아요. 2편에서는 이미 서로를 잘 아는 시점에서 주디와 닉이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관객이 그 캐릭터를 더 깊이 좋아하게 되는 지점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어요."(이현민 애니메이터)
동물의 종(種)마다 다른 신체 구조와 성격을 살리는 작업도 관건이었다.
"'주토피아' 시리즈 캐릭터들은 모두 두 발로 서서 걷고 말하지만 동시에 각 동물이 가진 특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굉장히 신경 썼어요. 제가 직접 뱀 캐릭터를 애니메이션 하지는 않았지만, 팔·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얼굴과 꼬리, 몸통 전체로 감정과 움직임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담당 애니메이터들이 많은 실험과 고민을 했습니다. 다양한 파충류 캐릭터들도 각각의 서식 환경과 습성을 연구하면서 '저 동물이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납득될 수 있게 최대한 섬세하게 접근했어요."(최영재 애니메이터)
새로운 배경과 공간은 '주토피아 2'의 확장된 세계관을 대표하는 요소다. '습지 마켓'은 이숙희 수퍼바이저가 가장 애정을 담은 장소다.
"습지 마켓은 제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맡은 새로운 환경이었어요. 디즈니 팬 이벤트인 'D23: 엑스포'를 위해 하나의 시퀀스를 통째로 만들면서 시작된 공간인데, 그 뒤로 영화의 중요한 무대가 됐죠. 앞쪽에는 통나무와 튜브, 여러 동물들의 동선이 살아 있는 습지 시장이 펼쳐지고 뒤로는 다리 너머 주토피아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게 설계했습니다. 멀리서 봐도 '우리는 여전히 주토피아 안에 있다'는 오리엔테이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어요."(이숙희 수퍼바이저)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눈 덮인 타운, 습지, 사막, 새로운 도시 구역 등 1편에서 보지 못했던 공간을 많이 보여주려 했다"며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스케일이 훨씬 크고 화려한 주토피아를 보고 싶다'고 주문해서 2년 가까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도시의 크기와 깊이를 키워갔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제작진에게도 남다른 감회를 안겨주고 있다. 1편의 성공 이후, 2편을 향한 기대와 부담이 공존했던 터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저희에게 캐릭터들은 가족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한 존재"라며 "세상에 내놓았을 때 관객이 좋아해 주시면 '우리 아이를 예뻐해 주시는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큰 흥행 성적을 의식하기보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늘 목표"라고 말했다.
캐릭터의 매력 코드를 묻는 질문에는 세 사람 모두 '주디'와 '닉'의 케미를 먼저 떠올렸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주디는 큰 눈, 오밀조밀한 코와 입이 주는 귀여움이 커서 눈과 입의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인상 전체를 바꾸곤 한다"며 "귀여우면서도 용감하고, 세련되고 똑똑한 캐릭터라 그 '갭'을 동시에 살리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편 때부터 주디를 정말 좋아했다. 새로운 도시로 홀로 건너가서 버티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20대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애니메이터로 자리 잡으려던 제 경험과도 맞닿아 있어서 더 애정이 간다"고 털어놓았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닉'은 능글맞고 여유로운, '주디'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직진형 캐릭터라 서로의 결이 보완되면서 매력이 생긴다"며 "닉의 긴 코가 찡그릴 때 생기는 주름이나 코끝이 실룩거리는 디테일 같은 걸 골격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여러 번 봐도 다시 보고 싶을 정도의 표정을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해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곳곳에 한국인 스태프가 늘고 있다는 사실도 현장의 공통된 체감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회사 안에 한국인이 거의 없어서 '한국 사람이세요?' 하고 찾아가 인사하곤 했어요. 지금은 디즈니 안의 거의 모든 부서에 한국인이 한 명씩은 있는 것 같아요. 픽사, 소니, 다른 스튜디오까지 합치면 더 많고요.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카카오톡 모임도 있고, 한인 크리에이터들끼리 유대감을 나누며 지내고 있어요."(이숙희 수퍼바이저)
관객의 감상 환경이 바뀌면서 제작 방식도 달라졌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예전에는 극장에서 한두 번 보는 걸 전제로 만들었다면,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특정 장면을 수십 번씩 돌려보는 시대"라며 "그래서 아주 작은 디테일이나 이스터에그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이 장면은 분명 100번 돌려볼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100번째에야 발견할 수 있는 재미를 어디에 숨길까 애니메이터끼리 아이디어를 나누곤 한다"고 귀띔했다.
애니메이터들이 느끼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도 언급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주토피아 2' 한창 작업할 때 '케데헌'을 봤다. 주변 동료들이 먼저 '봤냐'고 묻더라. 영어 버전으로 한 번, 한국어·영어 더빙으로 한 번씩 총 세 번을 봤다. 정말 잘 만든 작품이었다. 이처럼 전 세계 관객이 여러 번 봐도 매번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토피아' 시리즈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미소가 돌아왔다.
"우리끼리는 작은 디테일로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후속편을 떠올리게 하는 암시를 슬쩍 숨겨두기도 해요. 1편 캐릭터를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웠던 만큼 언젠가 또 이 캐릭터들을 애니메이션 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즐겁게 작업할 것 같아요."(이현민 애니메이터)
한국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자 세 사람의 얼굴에는 안도와 뿌듯함이 동시에 스쳤다.
"10년 전 1편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여전히 주디와 닉을 반겨주시는 게 정말 감사해요. 저희는 제작진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만 남는 작품을 꿈꿉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토피아 2'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한국 관객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현민 애니메이터)
"한국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이렇게 많이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특히 한국 관객들이 보내주신 100만, 200만, 300만 돌파 소식을 볼 때마다 스크린 뒤에서 조용히 웃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포맷으로 여러 번, 오래오래 '주토피아 2'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숙희 수퍼바이저)
"'주토피아 2'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디즈니 안에서 한국인 애니메이터로서 계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최영재 애니메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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