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 서비스를 개시한 후 외신이 주로 다뤘던 문제들은 학생들 숙제였다. 아이들이 선생님 몰래 챗GPT로 만든 과제를 제출하니 일선 학교들이 챗GPT 사용 금지를 고려한다는 기사가 다수였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현재 인공지능(AI)은 의료부터 운송까지 산업 생태계로 깊숙이 파고들며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발렌티노 등 굵직한 기업들은 AI로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영국 경찰은 신고 전화 101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소설가 3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이 AI가 자기 일을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AI는 미디어, 의료, 교육, 금융, 교통 등 일상 전반에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하물며 AI로 만든 햄스터 '김햄찌'가 "기분 X같네" 같은 말로 직장인들 속마음을 대변하는 등 AI는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대변하는 콘텐츠로 확장 중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내 트렌드 서적들은 2026년에 AI가 미치는 힘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트렌드 코리아 2026>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앞서 지난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트렌드 코리아를 쓴) 19년간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대외적으로 전쟁도 치르고, 비자 문제 등 트렌드에 영향을 줄 요소와 이벤트가 많은데 단 하나가 모든 것을 휩쓸고 있다. 바로 AI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용이 있으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라며 AI로 삶의 방식이 초합리적으로 변화하면서 동시에 그 대척점에 있는 인간적인 요소들로 사람들이 이끌리고 있다고 짚었다. AI가 인간 선호도의 방향을 바꾸는 힘까지 발휘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앉아서 AI가 만든 영상을 시청하고, AI가 제시해 준 상품을 사는 수준에서 이 변화가 끝날까. 트렌드 서적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김난도 교수는 말한다. "문제는 AI가 단지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트렌드 코리아 2026>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은 앞으로 "인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독자를 안심시키면서도 AI 시대에는 인재상이 바뀔 것이라고 단언한다. 두 책이 제시하는 인재상은 '날개 달린 켄타우로스'로 요약할 수 있겠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인간의 머리와 말의 다리란 각각의 강점을 가진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로스처럼 창의성,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력, 공감 및 소통 능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과 더불어 AI 능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이제 우리는 자기 일도 잘하고 AI도 잘 다뤄야 한다"며 AI에 현명한 질문을 던지고,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AI 리터러시 능력은 물론이고 뛰어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전문성,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는 창의성 등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은 공동체 중심의 협업으로 이뤄졌던 중량문명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작은 규모의 모둠이 진보를 만들어내는 '경량문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무수한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도움으로 분업이 사라지는 등 일의 단계가 대폭 축약될 것으로 전망한다. 책은 "모두가 가볍고도 단단한 날개를 지니게 되는 경량문명 위에서 바람의 흐름을 읽는 빠른 적응"을 강조하며 적합한 에이전트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조직의 생사를 결정하는 주요 역량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책은 공부를 말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의 속도에 발맞출 수 있는 '늘 열려 있는 배움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가장 적합한 최신의 에이전트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이들,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서 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이들이 세상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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