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독자기술로 완성된 누리호 4차 발사는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진두 지휘했다. 지난 3차 발사 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300여개 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발사체 개발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우주산업이 '올드 스페이스(국가 주도)'에서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27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정부와 국가연구기관,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던 우주산업이 중소기업·스타트업·벤처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스페이스 시대는 민간 기업들의 무한 경쟁을 통해 발사체 제작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우주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개발 조건을 제시하고 민간이 사업을 수주하는 전통 방식에서는 신시장·기술 개척이 어렵고,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한 매출 증대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우주 산업 생태계가 민간으로 전환되면 대량생산·효율화·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 전환의 첨병은 한화에어로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7월 항우연과 누리호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발사체 기술을 넘겨 받았다. 누리호 3~6차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결집하는 작업으로, 한화에어로는 2032년까지 누리호를 직접 제작하고 발사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을 갖는다. 이번 4차 발사에서는 누리호 제작 총괄을 주도했지만, 2026년 5차 발사에서는 발사체 제작과 발사 운용도 맡는다.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MD), 발사운용책임자(LD) 및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전 과정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체계종합 외에도 누리호에 탑재된 총 6기의 엔진 총조립도 담당했다. 누리호 1단 로켓에는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누리호급 이상 중대형 발사체에 사용되는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한화는 1999년 과학관측로켓 3호(KSR-Ⅲ)를 시작으로 우주시장에 진출해 2003년 나로호 1단 자세제어시스템, 2010년 누리호 1~3단 전분야 엔진 및 자세제어시스템, 2022년 누리호 체계종합업무 등을 담당하며 역량을 쌓았다.
이번 발사 성공에는 한국항공우주(KAI)의 든든한 뒷받침도 있다. KAI는 누리호에 설계된 차세대 중형 위성3호의 총괄 제작을 맡았다. 차중위성 3호는 향후 3개의 탑재체를 활용 △지구 오로라 및 대기관 관측(한국천문연구원) △우주 플라즈마-자기장 측정을 통한 전리권 교란현상 관측(KAIST), △바이오 3D 프린팅 기반 줄기세포 3차원 분화배양 검증(한림대학교) 임무를 수행한다. 누리호에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중형 위성이 설치된건 이번이 처음이다.
KAI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향후 위성 수출 사업화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저비용 다용도 중형급 위성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KAI의 항공기 수출과 연계해 남미, 중동, 동남아 지역 등 수출국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지홍 KAI 미래융합기술원장은 "첨단위성과 재사용발사체 사업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한국 '뉴 스페이스'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인프라 분야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다.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관제설비(EGSE) 등 발사대 시스템 전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해 국산화율 100%를 달성했다. 한국도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우주 발사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구축, 운용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이날 발사 성공 후 "우주항공청, 항우연, 수많은 참여기업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며 "누리호의 민간체계종합기업으로서 4차 발사 성공에 기여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 연구기관, 산업생태계 구성원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대한민국 우주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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