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새벽배송] 새벽배송 규제 논의에 식품업계 촉각…온라인 중심 유통전략 흔들리나

  • 온라인 매출 비중 커진 식품업계

  • 한두 시간 차이에 품질·매출 갈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새벽배송·심야배송 제한 요구에 유통 및 식품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선식품 유통의 핵심 창구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이 제도적으로 제약될 경우,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해온 산업 구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플랫폼인 쿠팡·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등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잡은 셈이다. 식품업계는 새벽배송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체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불편과 영세 자영업자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식품업계가 이번 사안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새벽배송이 냉장·신선식품의 품질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간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등 주요 기업들은 플랫폼 기반 새벽배송을 활용해 신제품을 시험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배송 타이밍은 품질 유지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냉장식품의 경우 몇 시간 단위로 신선도 차이가 벌어지는데, 심야 운행이 제한되거나 배송 시간이 미뤄지면 상품 변질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이는 폐기율 상승, 물류비 증가, 상품 회전율 저하 등 전반적인 비용 압박으로 직결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식품업계의 온라인 시장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올해 1분기 국내 가공식품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늘며 전체 대비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풀무원식품 역시 냉동만두 등 가공식품 온라인 매출 비중이 약 2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뿐 아니라 다수 식품사도 온라인 매출 비중이 이미 두 자릿수에서 안정화된 상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형성된 온라인 구매 패턴이 고착되면서 업계는 그간 시간과 비용 등을 투입해 온라인 전용 상품 개발, 자사몰 빠른배송 서비스 신설 등 온라인 체계를 강화해 왔다. 

이러한 구조에서 배송시간 제한이 도입되면 제품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신선 제품 대신 상온 보관이 가능한 레토르트·간편식 제품 비중을 키우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택배노조 파업 당시 즉석죽·즉석카레 주문량이 급증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식품업계는 이번 논의를 단순한 '근로시간 조정' 수준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냉장·신선식품 제조기업 입장에서 배송 속도는 품질과 가격, 브랜드 이미지, 재고 운영까지 이어지는 핵심 생산 요소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가공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배송 규제가 현실화되면 기업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완전히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새벽배송은 이미 식품 유통 구조 깊숙이 편입돼 있어 갑작스러운 제약이 산업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신선도와 편의를 기대하고, 기업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원한다"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업종 특성과 제품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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