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경영 공백이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구원 투수 역할을 맡은 이수일 부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발 관세 폭탄 등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수익성 악화, 한온시스템 경영 정상화 지연 등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 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다각화와 미래 투자 결단은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사안이라 이 부회장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한온시스템 정상화, 타이어 수익성 악화 과제···성장 날개 꺾이나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23%(구주 1억2277만주)를 인수하면서 지분율 54.77%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조 회장은 2014년부터 한온시스템 인수를 추진해 총 2조8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조 회장은 인수 당시 "한온시스템의 가능성을 10년간 철저하게 검증했다"며 "그룹의 성장 DNA를 한온시스템에 빠르게 이식해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타이어, 배터리, 열관리솔루션(공조) 3대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글로벌 2위 차량용 공조 업체 한온시스템 인수를 통해 단숨에 자산총액을 26조원으로 불리며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했다. 조 회장은 인수 후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기술력, 공급망, 인적자원 등을 통합하고 신차용 부품(OE)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 완성차 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했다.
이 같은 전략은 그가 지난 5월 법정 구속되면서 구심점을 잃게 됐다. 특히 어렵게 인수한 한온시스템의 취약한 재무 건전성이 그룹 전체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5조4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69억원에서 854억원으로 37.6% 줄었다. 다만 뼈를 깎는 원가 개선 노력으로 3분기에는 매출 2조7057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1.7% 성장했다.
또 다른 핵심 축인 한국타이어도 미국발 고율 관세 등 여파로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17% 감소했다. 15% 대미 관세가 장기화하면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원가 절감에만 의존하는 대응으로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보복 관세 이슈로 자동차 부품 조달 트렌드가 로컬 협력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상황도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아닌 '신의 한수'가 되려면 조직 효율화, 화학적 통합, 기술 혁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오너의 의사 결정이 중요하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중 경영 장기화 땐 기업 신뢰도 위태"
조 회장은 한온시스템을 그룹사로 편입한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50여 개 공장 가운데 가동률이 50% 이하인 곳을 부분 통폐합하고 아시아·태평양, 중국, 미국, 유럽 등 4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비즈니스 그룹'을 신설해 고객사별로 생산·개발·구매·재무를 관리하는 식이다.
관세 이슈 대응을 위해 미국 테네시주 공장 연간 생산량도 내년 상반기까지 550만개에서 1200만개로 늘린다. 이수일 부회장은 최근 판교 본사에서 빌 리 미국 테네시주지사와 만나 공장 증설을 위한 에너지 공급, 비즈니스 환경 개선, 현지 인력 확보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출범한 게 대표적이다. 자본금 150억원을 기반으로 수백억 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해 AI, 로봇, 우주, 양자컴퓨팅 등 하이테크 영역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조 회장이 해외 주요 거래처를 직접 만나고 대형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최근 옥중 경영 방식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구속된 후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보고받고, 의사 결정에도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해외 공급망과 생산량, 판매 등을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옥중 경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기업 평판이 악화해 투자 회피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글로벌 신뢰도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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