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대미 투자 내용 두고 엇갈린 해석...'성과 과시' 의도 논란

美문서, 투자 규모 부풀리고 무관한 항목까지 포함...日정부 "숫자 산출 근거 불명확"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각각 발표한 일본의 대미 투자 관련 문서 내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공개한 '미·일 간 투자에 관한 공동 팩트시트'와 백악관이 발표한 같은 제목의 문서 사이에 세부 항목과 금액 면에서 불일치가 나타났다고 30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된 28일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일본정부는 팩트시트에 대해 개별 기업이 투자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구성에 관심을 보인 항목을 열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제목의 '팩트시트'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문서에는 21건의 사업이 총 4000억 달러(약 569조원) 규모로 기재된 반면, 미국 백악관 문서에는 5000억 달러(약 711조원)를 초과하는 액수가 명시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어떻게 숫자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후 총 5500억 달러(약 784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나, 세부 투자 항목을 두고 의견차를 드러냈다. 양측은 9월 초순 투자 부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이번에도 항목 구성에서 또다시 견해차가 나타나 일본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문서에는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생산차 '역수입'. 도쿄가스와 JERA의 알래스카산 LNG 구매 계약 등 일본 문서에 없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심지어 미국 문서에는 일본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규제 강화법'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문구도 포함됐는데, 이는 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아사히는 미국 문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계기로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온 것만으로 미국 이익이 이만큼 늘었다는 것을 호소하려는 듯하다"며 "실제로는 무엇도 증명되지 않은 내용일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자국 문서에 대해서도 근거가 불명확하고 실질적 투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