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역사 지켜낸 안의·손홍록, 영정·흉상으로 만나다

  • 이달 26일 전북 정읍 칠보행복이음센터·정읍시립박물관서 영정봉안식·흉상제막식 개최

정읍시가 내장산에 설치한 조선왕조실록 이안행렬 재현 조형물사진정읍시
정읍시가 내장산에 설치한 조선왕조실록 이안행렬 재현 조형물.[사진=정읍시]
조선의 역사를 왜군으로부터 지켜낸 안의(安義)·손홍록(孫弘祿) 선생의 모습이 영정과 흉상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안의·손홍록 선생 영정 봉안 및 흉상 헌정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정세균·이홍식, 회장 박영일)는 이달 26일 전북 정읍시 칠보행복이음센터와 정읍시립박물관에서 영정봉안식과 흉상제막식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준병 국회의원, 이학수 정읍시장, 곽영길 전북도민회 중앙회장 등 내빈이 행사에 참석해 격려할 예정이다.

이번 영정봉안과 흉상제막은 433년 전 조선을 유린한 왜군으로부터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을 온전하게 지켜낸 안의·손홍록 선생 표준영정과 흉상을 제작하고, 두 분 선생의 혼과 기백을 기리기 위함이다.

정읍 옹동과 칠보 태생인 안의 선생과 손홍록 선생은 1592년 4월 13일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전라감영을 공격하기 전인 같은 해 6월 22일 전주사고본과 태조 어진의 이운(移運, 자리를 옮김)을 주도한 인물이다.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춘추관·충주사고·성주사고의 실록이 불에 타 없어지자 전주사고본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왜구를 피해 내장산 용굴암과 은적암, 비래암 등으로 옮겨가며 산속에서 370여일간 실록과 어진을 지켜냈다. 옮겨진 것만 64궤짝으로, ‘고려사’까지 포함된 당시 조선의 중요서적 1368권이었다. 이들이 370여 일간 용굴암에서 불침번을 서며 실록을 지켜낸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은 모본이 돼 복본을 거쳐 춘추관,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등의 사고로 보내져 보관됐다.

또한 이때의 일을 기록한 일지인 ‘수직상체일기(守直相遞日記)’는 전북유형문화재 제245호로 지정돼 있다.

사학계는 안의·손홍록 선생이 7일 동안 가파른 산길을 걸어야 하는 험난한 행군 속에서도 말 20필에 50여 바리의 짐을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로는 전주 경기전→용머리고개→김제 금구→정읍 태인·옹동→내장산 용굴암 등으로, 거리만 무려 50여㎞에 이른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정읍시는 지난 2021년 7월 7월의 역사 인물로 선정했다사진정읍시
정읍시는 지난 2021년 7월 '7월의 역사 인물'로 선정했다.[사진=정읍시]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1392~1863)의 방대한 역사를 총 1893권, 888책으로 기록한 것으로, 국보 제151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1997년)에 지정됐다.

때문에 추진위원회는 안의·손홍록 선양사업을 통해 조선 역사의 보존뿐 아니라 조선시대 호남의 전형적인 선비상을 정립하고 널리 알리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표준영정은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소미정 화백이, 흉상은 청동 흉상 제작의 명인으로 잘 알려진 김소영 조각가가 각각 맡았다. 두 분의 모습은 안 씨와 손 씨 집안 후손 40명을 선발해 AI를 통해 표준안을 채택했다.

박영일 회장은 “역사지킴이 안의·손홍록 선생 두 분의 헌신을 이 세상에 알려 나라 사랑의 패러다임을 넓히는 데 이번 영정봉안과 흉상 제막의 원칙”이라며 “나아가 국가적인 선양사업으로 이어가고 호남의 자랑, 한국의 자랑인 두 분의 헌신을 기려 후세들의 가르침으로 공유하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2018년 이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6월 22일을 '국가유산지킴이의 날'로 지정했고, 정읍시는 매년 조선왕조실록 이안 기념행사를 열며 시민들과 함께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또한 칠보면 시산리에 위치한 ‘남천사’에서는 위패를 모셔 두고 안의·손홍록 선생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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