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여자 아베' 다카이치, '아베노믹스'로 흔들리는 일본 경제 구하나

  • 경제 재건·방위 강화 내세운 공약...재정 확대·증세 논란 '과제 산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양원(중의원·참의원) 총리 지명선거를 모두 통과하며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그는 방위력 강화와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출범과 동시에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날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열린 총리 지명선거에서 모두 과반을 득표하며 일본의 제104대 총리로 선출됐다.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 일부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26년간 연정을 이어온 공명당의 이탈로 위기를 맞았으나, 총리 지명선거를 하루 앞둔 20일 유신회와 새로운 연정 체결에 합의하며 정국 안정을 꾀했다.

정국의 급한 불은 껐지만 불안정 우려는 여전하다. 자민당이 기존 연정 상대인 공명당에는 국토교통상 자리를 맡긴 반면, 새 연정 상대인 유신회는 각료(장관) 기용 없이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만 협력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당 간 정책 이견이 커질 경우 유신회가 협력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정 공백 해소를 위해 고물가 대응 등 경제 현안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을 약속하며 "(실질) 임금 상승이 수요 증가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통화 완화 정책을 중심으로 '아베노믹스'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기 회복을 위해 공공·민간 협력 기반의 투자 확대, 휘발유 보조금 확대, 중·저소득층 세금 감면,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또 그는 반도체, 핵융합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채권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앙그릭은 "다카이치 총재가 실용보다 이념에 치우치면 일본 경제는 흔들릴 수 있다"고 닛케이에 경고했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재는 방위비 증액과 방위장비 수출 규제 완화 등 안보 강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부 재원은 법인세·소득세·담뱃세 증세를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이 가시화되자 일본 증시는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 대비 0.27% 오른 4만9316으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사상 첫 5만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반면 다카이치 총재의 재정 확대 정책 추진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연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교도통신은 "새 정권의 경제 정책을 기대하는 매수 주문이 유입되고 간밤 미국 증시의 상승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 무대에서도 시험대가 기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 방문이 예정되어 있고, 다카이치 총리 자신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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