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로 선출되면서 제104대 총리이자 첫 여성 총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결별을 선언한 공명당 대신 강경 보수 성향의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연립을 구축하면서 총리직에는 무사히 안착했지만 향후 국정 운영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은 앞서 20일 일본유신회와 연정 합의서에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다카이치 총재가 그간 내세운 정책이 전면에 부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추구하는 국가관에서 친화성이 보인다"고 짚었다.
합의서 서두에는 '국가관 공유'를 언급하며 '자립하는 국가’ 추진을 강조했다. 반면 인권이나 법치 같은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2024년 자민당과 공명당이 체결한 합의문에서는 외교 항목에서 인권과 법치 등의 가치관이 언급된 바 있다.
국가의 인텔리전스(정보 수집·분석) 기능 강화를 위해 2027년 말까지 대외정보청(가칭)을 설립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2026년 정기국회에서 내각정보조사실을 격상해 '국가정보국'을 만들겠다고 명시했다. 또한 외국 세력의 스파이 행위를 단속하는 '스파이 방지 관련 법제' 검토를 시작해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확인했다. 이러한 정책은 공명당과의 연립 정권에서는 추진이 어려웠다.
자민당 내에서 찬반이 갈리는 정책에 대해서도 '다카이치 색깔'이 전면에 부각됐다.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외국인 유입 총량제'와 같은 반(反)외국인 정책 관련 내용도 합의서에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한층 선명해졌다고 전했다. 공명당은 지난 26년간 자민당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를 요구하는 등 자민당의 우경화에 브레이크를 걸어왔지만 연립 상대가 강경 보수 성향이 강한 일본유신회로 바뀌면서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에는 이르지 못하는 만큼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다른 정당과 협력이 필요하다.
한편 연립을 구성하는 일본유신회는 자당 의원의 각료(장관) 기용은 보류하기로 했다. 이른바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만 자민당과 손을 잡기로 하면서 이전의 자민·공명당 연립보다는 연결 고리가 약해질 전망이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유신회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 등 일본유신회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는데, 이에 대해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도 나오는 상황이다.
닛케이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사이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 선거 출마자 조율, 약한 연결고리 등 4가지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보좌관에 일본유신회의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을 기용해 총리와 유신회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