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내수차별'에 눈뜨고 안방 내준다

권가림 금융부 기자
[권가림 금융부 기자]
"대관의 힘이 약해서 일까요."

최근 만난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의 말이다. 목소리에는 체념이 묻어 있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시장 흐름을 보면 이 말이 단순한 투정으로 들리지 않는다. 

글로벌 자본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는 국내 법인 인수나 제휴를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인수하며 5년 만에 한국 시장에 복귀했다. '오더북(호가창) 공유' 허가가 관건으로 꼽히지만 업비트가 조건부로 오더북 공유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낸스도 무리 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바이낸스 외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3·4위 업체인 스카이와 에테나도 국내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사업 경험을 무기 삼아 한국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는 '내수차별'에 멈춰 서 있다. 해외 진출은 물론 외국인 이용자를 받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외국인 이용자의 고객확인(KYC)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국내 거래소들은 섣불리 외국인 거래를 허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외국인은 국내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음에도 거래소 계정만 개설할 수 없다. 국내 거래소의 해외 진출 방법은 해외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 것이지만 국내와 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당국은 국내 거래소 길들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무차별 현장조사를 벌이는 것은 국내 거래소의 박탈감 키우고 있다. 

코인원은 옐로모바일 사건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해당 사건은 2017년 코인원이 피해자로서 최종 승소한 사안이었지만 급작스레 추가 수색이 이뤄졌다. 빗썸도 오더북 운영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업비트도 조건부로 오더북을 운영하고 있지만 빗썸만 추가 조사를 이유로 소환된 것이다. 이는 직원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공격적인 투자, 서비스를 위축시킬 수 있다. 

서비스 경쟁력 강화조차 '규제'로 규정하며 숨통을 옥죄고 있다. 빗썸의 코인대여 서비스가 경고 조치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업비트의 국내 거래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독과점이다. 나머지 거래소들이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차별화된 서비스다. 업비트보다 혜택 폭을 늘리거나 앞서나가는 서비스를 내놔야 그나마 생존할 수 있다. 이에 빗썸은 담보금의 최대 4배까지 가상자산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역시나 손발을 또 묶었다. 이와 달리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 업계 1위 대관의 힘인가?

내수차별은 투자자 보호도 생태계 발전도 가로막는다. 이제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투자자 보호 중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외국인 투자 외에 현물 거래, 마진, 선물 등 파생상품에 대한 접근이 막혀 있는 국내 시장의 한계는 국부 유출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의 외부 이전 금액은 101조6000억원에 달한다. 내수차별을 방치한다면 투자도 혁신도 해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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