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세기 후반~5세기 전반의 신라 최고위급 장수의 무덤이 발견됐다. 사망 나이 30세 전후로 추정되는 이 장수의 무덤에서는 현존하는 신라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금동관을 비롯해 시종으로 추정되는 순장자, 말, 갑옷, 갑주 일체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발굴 조사된 신라 최상위층 고분 가운데 순장자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 무덤이 최초다.
국가유산청은 20일 경주에서 황남동 1호 목곽묘 기자간담회에서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신라 장수 무덤에서 출토된 남성 장수 인골, 금동관, 갑옷과 투구 일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황남동 1호 목곽묘는 경주 대릉원 일원 황남지구에 있는 황남동 120호분(적석목곽분) 아래에서 발견됐다. 신라의 대표 고분인 적석목곽분 아래에서 그 앞시기의 것인 목곽묘 6기가 확인됐고, 국가유산청은 이중 1호, 4호, 6호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호 목곽묘의 주인공이 장수란 것을 파악했다.

1호 목곽묘는 주곽(主槨, 3.7X0.9m)과 부곽(副槨, 1.7X2.7m) 두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무덤의 주인이 묻힌 주곽에서는 금귀걸이, 철제 환두대도를 비롯해 금동관, 철솥, 철정, 철모 등 금속류 61점과 토기류 20점이 나왔다. 부곽에서는 순장 인골 1개체를 비롯해 말과 사람 갑옷과 투구, 말갖춤, 금귀걸이 등 금속류 35점, 토기류 30점이 나왔다.

특히 무덤의 주인공은 당대 최상위 신분의 신라 장수로 추정된다. 주인공은 금귀걸이 1쌍을 착장하고 있으며, 오른쪽 상체 부근에서 철제 환두대도(環頭大刀, 고리자루큰칼)가 발견됐다. 또한 그의 금동관은 파편으로만 남았으나 현존하는 신라 왕경 발굴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인공이 착장한 갑옷의 몸통과 허리 아래 부위를 가리는 동찰과 상찰이 유기질인 가죽으로 제작된 점에 비춰, 그가 상당히 높은 신분일 것으로 봤다. 전체가 철로 만들어진 갑옷보다 훨씬 경량화됐기 때문이다. 신라시대에는 갑옷을 통해 장수의 위계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과거 갑옷 전체가 철로 만들어진 쪽샘 C10호 목곽묘의 주인공은 '무사'로 칭했지만, 이번 1호 목곽묘의 주인공은 '장수'로 칭했다. 또한 머리 위치에서 확인된 다수 치아의 마모상태를 토대로, 주인공은 사망 당시 30세 전후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부곽에서는 자세가 온전한 순장 인골 1구가 확인됐다. 순장자는 무덤의 주인공을 가까이서 보좌한 시종으로 추정된다. 최상위 계층 무덤 속에서 순장자 전신의 실물 자료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신라에서 순장이 금지됐다'는 자료를 통해서나 가야와 마찬가지로 신라에도 순장의 풍습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순장자의 성별은 미상이며 키는 160cm~165cm로 당시 평균 키로 추정된다. 순장 인골의 두개골 부근에서 금제 이식 1점, 허리 부근에서 철제 도자 1점 출토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심현철 교수는 황남동 1호 목곽묘와 관련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묘로 자연스레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첫 무덤이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최근 경주 시내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적석목곽묘 아래에 또 다른 무덤들이 많이 있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하부에 있는 무덤을 무시하고 그 위에 적석목곽묘를 중복되게 만든 것은 학계가 깊이 논의해서 밝혀나가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조사 현장은 APEC 기간을 포함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남성 장수 인골과 금동관, 갑옷·투구 일체 등 주요 출토유물은 같은 기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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