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내란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박 전 장관은 14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날 심문에서 특검측과 박 전 장관 측은 구속이 타당한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다. 우선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를 관장하며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임에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무가 크다고 봤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 열린 국무회의에 가장 먼저 참석한 국무위원중 한명이고, 이후 계엄 선포와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음에도 계엄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날 특검은 판단의 근거로 박 전 장관이 A4 용지에 직접 메모하거나 특정 문건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담긴 계엄 당시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등을 재판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다른 참석자들과 마찬가지로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전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해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반대 의견 개진이 충분치 않았거나 사실상 없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내란 특검측은 오는 15일과 17일 조태용 전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지영 특검보는 "불출석한다거나 일정 변경은 아직 없는 걸로 안다. 협의된 대로 출석 할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전후 상황 전반에 관여한 혐의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관련 위증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통일교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첫 재판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백과 고가의 목걸이를 받아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등 혐의 사실 자체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전씨 측은 지난 2022년 4∼7월께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고가의 목걸이 등을 받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사전 청탁이 없었고, 사후 청탁만 존재해 알선수재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알선수재가 성립하려면 알선을 의뢰한 사람과 상대방이 될 공무원 사이를 중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야 한다. 단순 소개로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청탁·알선을 대가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윤씨로부터 총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인정했지만 "죄가 성립되려면 공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므로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역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부터 증인신문 등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특검팀은 "강압적 수사나 회유 정황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감찰에 준하는 경위 조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수사 방식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고인 측 박경호 변호사가 외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허위 진술·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 대응할 만한 새로운 입장은 없다"면서도 수사 절차의 투명성 확보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고인 생전에 추가 조사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소환 통보나 예고된 계획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특검은 전 씨의 첫 재판에서 전 씨의 변호인이 유경옥 당시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금품을 전달한 뒤 돌려받았다고 주장 한 것에 대해 "수사 단계에서는 이런 진술이 없었다. 처음 듣는 내용이라"면서 "다음 공판 기일에 이 진술의 진위 여부를 재판부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여사 조사 시 변호인 배석과 피의자 권리 보장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실에 세 명의 변호인이 모두 입장했으며, 후방 배석이 권리 침해로 이어졌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들이 나란히 앉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 세 분이 조사 직후에 매번 브리핑을 했다. 변론에 방해 가는 조사가 있었다면 그때 문제 제기 됐을 것"이라며 "도대체 어느 정도 나란히를 보장 받지 못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최근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을 보충해 배치했고, 특검보 2명을 더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직 체계가 어느 정도 정비 되면 전반적인 인선안을 한꺼번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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