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시 1년을 맞은 디딤펀드가 평균 12%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열었다.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독주하는 가운데, 25개 자산운용사가 힘을 합쳐 만든 디딤펀드는 안정성과 분산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일주년을 맞았던 디딤펀드의 설정액은 약 2250억원, 순유입액은 145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설정액 795억원으로 출발한 뒤 1년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났다. 1년 누적 수익률(에프앤가이드 기준)은 12.44%이며 같은 기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3%대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는 351억원이 몰리면서 가장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대표 자산배분형 펀드는 TDF와 디딤펀드다. 두 상품 모두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운용 방식은 다르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는 '생애주기형 펀드'다.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정해두면 펀드가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해주기 때문에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디딤펀드는 위험자산 비중을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비중을 조정하는 '밸런스드 펀드(BF)' 성격을 띤다.
성과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디딤펀드는 출시 1년 만에 평균 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위 10개 상품만 두고 보면 평균 17.01%에 달한다. 특히 대신자산운용 '대신디딤올라운드자산배분증권투자신탁'이 20.7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TDF 1년 평균 수익률은 약 16%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디딤펀드보다 약 4% 높은 수준으로, 퇴직연금 시장 내 우위를 이어갔다.
특히 은퇴시점이 멀수록 TDF 상품 수익률이 좋았다. 은퇴시점이 비교적 가까운 2030 빈티지는 약 13%에 머문 반면 2040 빈티지의 경우 17%, 2050 빈티지는 20%에 달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퇴 시점이 멀수록 TDF 주식 비중이 높아 최근 강세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편입 확산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금융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현재 TDF는 디폴트옵션에 포함돼 있어 자금 유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디딤펀드는 아직 접근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디폴트옵션에 포함된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가 유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치우쳐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배분형 상품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TDF와 디딤펀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만큼, 두 상품의 경쟁 구도는 결과적으로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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