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권은 전통적으로 전국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특정 정당이 절대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스윙보터(Swing Voter·유동층)' 지형을 보여 왔고, 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 교체의 가늠자가 돼 왔다. 실제로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전석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까지 광역단체장을 모두 가져온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충청권 다수 의석을 확보하며 국민의힘은 방어에 실패했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국면이 계기였지만 결국 정권 탈환까지 허용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충청 민심의 유동성이 확인된다. 한국갤럽·세계일보가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충청권 응답자의 내년 지방선거 정당 후보 지지 의향은 민주당 42%, 국민의힘 40%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전국 평균(민주 44%·국힘 39%)과 비슷한 초접전 구도가 충청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응답자의 14%가 '지지 후보 없음·잘 모름'으로 답했다.
김 지사가 사면초가 형국에 몰리자 당내 경쟁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지난 8월 라디오 방송에서 "도지사 출마 준비가 돼 있다"고 공식화했고, 윤희근 전 경찰청장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도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충남에서는 김태흠 지사의 악재가 지적되면서, 충청권 전체가 야권 입장에선 녹록지 않다.
당 지도부는 충청권 핵심 현안을 챙기며 지역 발전 전략을 선제적으로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4일 대전을 찾아 "대전 교도소 이전 문제와 나노 반도체 국가산단 추진은 대전 시민 누구나 공감하는 현안"이라며 "이는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미래 전략산업을 이끄는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도 충청권 탈환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7일 대전을 찾아 "이재명 정부 들어 35조3000억 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배정했다"며 "대전이 과학 수도 위용을 다시 세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지사 후보는 문진석·황명선 의원 등이, 충북지사 후보로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송기섭 진천군수, 신용한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대전시장 후보로는 장철민 의원이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정청래 대표는 충남 금산 출신, 장동혁 대표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두 대표가 나란히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과 수도권이 최종 결판장이라면, 충청은 그 직전의 풍향계"라며 "국민의힘은 수성, 민주당은 탈환을 걸고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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