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해외 수출왕이란 타이틀을 22년째 유지하고 있는 체리자동차(치루이·奇瑞)에게도 고민이 있다. 바로 지나치게 높은 러시아 시장 의존도다. 최근 전 세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러시아 리스크 해소는 체리차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체리차는 이번 홍콩증시 기업공개(IPO)에서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미국 투자은행(IB)인 JP모건체이스로부터 자문계약까지 거절당했을 정도다.
체리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방국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빈자리를 공격적으로 채워나갔다. 2023년 매출 기준 러시아 2대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체리차는 해외 매출의 54%를 러시아에서 벌어들였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중국산 저가차의 대규모 유입에 제동을 걸려는 듯 자동차 수입 관세를 인상하고 나섰다. 또한 러시아 현지 생산 비중이 50% 이상인 자동차 기업에만 구매세를 면제하는 등 자국 업체에 유리한 정책을 속속 내놓았다. 체리차는 현재 러시아에서 부품조립 공장만 운영하고 있어 세제 혜택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러시아 루블화의 급격한 변동성으로 인한 환손실도 체리차의 순익을 갉아먹었다.
체리차가 올 들어 러시아 시장과의 '이별'을 선언하게 된 배경이다. 체리차는 앞서 IPO 투자설명서에서 미국의 제재가 러시아 시장의 미래에 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러시아 사업 및 판매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체리차는 러시아 시장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2023년 전체 해외 매출의 50%가 넘었던 러시아 비중은 올해 1분기 27.8%로 뚝 떨어졌다.
체리차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올해 미국 제재 대상인 이란과 쿠바에서의 판매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신 체리차는 해외 수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 분석 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체리차가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지역으로 내연기관 차량 수출 지역을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장벽이 낮은 데다가 저가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로는 최초로 유럽 시장에서 현지 차를 생산한 것도 시장 다변화 노력의 일환이다. 체리차는 최근 스페인 현지 EV모터스와 합작 생산 차량을 출시했다. 다만 유통채널이 많지 않아 판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체리차는 올해 유럽 시장 딜러망을 넓히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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