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울릉군을 이끌고 있는 남 군수는 줄곧 '섬 주민의 교통권과 생활권 보장'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여객선 운항 중단으로 주민들이 병원 진료와 장례 참석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며, '섬 특별법의 실효성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아주경제는 남한권 울릉군수를 만나 섬 특별법, 교통 인프라, 울릉공항, 관광 전략 등 군정 현안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남 군수와 일문일답.
-섬 특별법 시행 이후, 울릉군의 변화와 보완 과제는 무엇인가.
"법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많지 않다. 예산 배정은 늦고, 정부의 관심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중앙 정부는 '섬은 특별하다'는 구호를 외쳤지만, 그 특별함을 뒷받침할 실제 행정 조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섬 주민의 교통권을 헌법적 기본권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단순한 행정 지원 수준에 그치는데, 여객선이 끊기면 주민들은 병원도 못 가고, 생계도 막힌다. 이를 단순 교통 문제로 볼 수 없다. 섬은 교통이 끊기면 고립이고, 그 자체로 위기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법적 대응 체계, 예산 자동 집행 시스템 같은 실효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섬 특별법'은 선언으로만 끝나선 안된다. 실질적인 예산과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여객선 운항 중단 사태에 대한 대책은.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 예약을 취소해야 했고, 상을 당한 가족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분들이 많다. 민간 여객선사들이 경영 악화로 운항을 중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민간 기업만의 책임은 아니다. 국가는 육지 고속도로를 끊지 않듯이, 바닷길 역시 끊기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반(半)공영제'를 검토 중이다. 울릉군이 운항사와 일정 수준의 손실 보전 계약을 체결하거나, 국비를 확보해 항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항만 인프라 정비와 비상 운항 체계 마련도 병행하고 있다. 교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여객선 단절은 곧 생활권 단절을 의미한다.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주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낙석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대응책은.
"무엇보다 관광객과 군민들의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철저한 대책 마련이 최우선 과제다. 이에 울릉군은 낙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주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피암터널을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있으며, 주요 절개지와 급경사지 정비 사업에도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울릉도의 지형적 특성 상 도로 폭이 협소하고 해안과 맞닿아 있어 공사 기간이 길고 비용도 육지보다 배 이상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낙석 사고는 군민과 관광객의 생명은 물론 관광산업 전반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에는 신속한 피해 복구를 최우선으로 하고, 낙석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에는 방지펜스를 설치하며, 필요 시 접근 금지와 같은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도 시행해 군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울릉도를 만들어 나가겠다."
-지방소멸·인구감소·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울릉군은 자연적 인구 감소와 전출 인구 증가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주여건 개선, 경제 활력 강화, 청년·외부 인구 유입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인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울릉어울림문화센터, 치유숲체험, 가족센터 등 생활·문화 인프라와 상수도 현대화, 스노우멜팅 시스템 등의 구축을 통해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살기 불편한 섬'이 아닌 '머물고 싶은 섬'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관광산업 활성화, 어촌뉴딜사업, 농수산물 복합물류 거점 조성, 기업 지원 특례보증 등을 통해 안정적 일자리와 경제 기반을 강화하고, 결혼·출산 장려, 섬 청년 보금자리 조성, 인재육성재단 교육 지원, 울릉공항 개항 등을 통해 외부 청년층과 가족 단위 정착을 유도하며 인구 감소를 완화하고 있다."
-울릉공항 건설의 진척 상황은.
"2025년 상반기에 케이슨 구조물 설치가 완료됐고, 현재 공정률은 약 65%다.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울릉에서 서울까지 한 시간이면 도달 가능하다. 단순한 이동 시간 단축 뿐 아니라, 의료·교육·물류 전반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다. 2028년 하반기 개항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당연히 환경은 민감한 이슈고, 저도 공감한다. 그래서 저희는 최소한의 생태 훼손 원칙을 고수하며 공사를 진행해 왔다. 비행장 부지도 기존 훼손지를 최대한 활용했고, 주민 협의체를 통해 시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항이 완성되면 섬의 시간과 공간을 바꿀 대전환이 이뤄질 거라 보고 있다."
-관광이 여름철에만 집중된다는 지적에 대한 대책과 대응 방안은.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엔 비수기 관광 콘텐츠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동계 생태 탐방, 해양 치유 프로그램, 지역 특산물 체험 행사 등으로 관광의 계절성을 줄이고자 한다. 요즘 관광은 단순 관람이 아니라 '경험'과 '스토리'다. 그래서 울릉군은 MZ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을 타깃으로, 지역 청년들과 함께 로컬 브랜드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 또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 지원, 숏폼 영상 공모전, SNS 체험단 유치도 병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은 울릉군의 미래 생존 전략이다. 계절 편중을 벗어나 사계절 운영 체제로 변환을 꾀하고 있다."
-울릉군민과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울릉군은 단지 외딴섬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저는 이 섬에서 시작된 변화가 대한민국 섬 정책의 표준 모델이 되길 바란다. 공항 개항, 사계절 지속 가능한 관광까지. 울릉도는 이미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저의 임기 내에는 '울릉도에서 태어나도 서울 못지않게 살 수 있다'는 말을 실현 시키고 싶다. 주민들의 삶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행정과 중앙 정부와의 협업을 끝까지 이어가겠다. 작은 섬에서 시작된 변화, 전국 섬 지역의 롤모델이 되겠다."
◆남한권 울릉군수 프로필
△1960년 경북 울릉 출생
△한남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前) 육군 3사관학교 제18기 소위 임관
△前) 육군본부 총무과장
△前) 합동참모본부 행정관리 과장
△前) 육군본부 인사행정처장 (준장)
△ 저동초등학교 총동창회장
△ 민선8기 울릉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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