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외국인' 내세우는 日 자민당 총재 후보들…다카이치 "사슴 발로 차", 고이즈미 "불법 취업"

  • 5명 후보 중 4명이 외국인 정책 쟁점화

  • 아사히 "참의원 선거서 '일본인 퍼스트' 내건 참정당 약진이 원인"

사진EPA연합뉴스
23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보들 [사진=EPA·연합뉴스]

내달 4일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앞다퉈 외국인 정책을 쟁점화하고 있다. 모두 5명의 후보가 이번 선거전에 뛰어든 가운데 23일 열린 소견 발표 연설회(기자회견)에서 4명의 후보가 일본 내 외국인 문제를 입에 올리며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소견 발표 연설회에 모인 후보 대부분이 주요 정책으로 외국인 정책을 내세웠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극우 인사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었다. 혼슈 서부 나라(奈良)현 출신인 그는 자신을 '나라의 여자'로 소개하더니 외국인이 나라시의 명물인 사슴을 폭행한 사례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고 이를 기뻐하는 사람이 외국에서 온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옛 전통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반 외국인 정서를 자극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이날 연설 시간의 절반가량을 외국인 정책에 할애했다. 그는 19일 출마 선언 시 기자회견에서도 이민 증가 문제 등을 거론하며 "외국인 문제를 대응하는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외국인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조직을 신설했는데, 조직 기능을 확대해 외국인 규제 정책을 더 촘촘하게 짜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라이벌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도 "외국인 불법취업이나 주민과의 마찰, 치안 악화 등에 의해 주민 불안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하고 외국인 문제에 대한 정책 사령탑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0일에 진행한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일부 지역에선 외국인의 불법 취업, 지역 주민과의 마찰, 치안 악화로 주민들이 불안해한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불안에 맞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최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외국인에 의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출입국 관리나 부동산 취득 규제 강화를 내걸었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외국인이나 외국 자본에 의한 토지 매수가 걱정거리가 됐다"며 "위법 외국인 제로(0)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출마 회견 당시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가정해 관련 제도를 재설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1년 전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외국인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의 약진을 기류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보수층 일부가 참정당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확산한 '외국인 때리기'를 집권당이 부추기는 상황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내달 4일 치러진다. 여기서 당선된 총재는 차기 일본 총리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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