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업계에 따르면 해안건축은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아파트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마스터플랜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에는 현재 최고 13층 14개 동, 576가구인 아파트를 총 9개 동, 1020가구로 확대·재건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적률을 현행 108%에서 185%로 상향해, 20층에서 최고 28층 규모로 단지를 조성할 전망이다.
해안건축은 기존 가구가 모두 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 세대를 ‘단독주택형 아파트’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96평 규모의 스카이 펜트하우스(22가구)를 필두로 △89평형은 122가구 △77평형은 180가구 △65평형 108가구 △64평형 144가구 등이 공급 예정이다. 일반 분양 물량으로는 33평형 444가구가 계획돼 있다.
해안건축은 거실에서 제공하는 파노라마 뷰를 통해 한강과 아차산 일대 조망 프리미엄을 극대화했다. 인피니티 풀, 스카이라운지 등의 특화설계는 물론, 3000평의 호텔급 커뮤니티센터 등을 조성해 기존 하이엔드 단지와의 차별화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겠다는 포부다.
해당 대회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열린 첫 세계대회로,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집중됐다. 외국 선수가 머무른 워커힐아파트 역시 별도 건축비 외에 당시 가격으로 10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추가 지원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민·관이 최고 수준의 역량과 자본을 집중해 만든 전례 없는 초호화 아파트였던 셈이다.
이후 아파트는 세계대회가 끝난 후 민간에 일반 분양됐다. 1980년에는 2차 아파트가 추가 분양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평형도 162㎡ 이상 대형 평수로만 구성됐다. 덕분에 1979년 기준으로 당시 56평형의 분양가가 4470여만원에 달하는 등 국내 역대 최고 가격에 분양이 이뤄졌다.
이런 만큼 당시에도 내로라하는 상류층만의 전유물로 인식된 단지였다. 아파트의 시공사가 속한 선경그룹의 최종현 회장을 비롯, 박만송 삼화제분 창업주, 이무일 무림그룹(무림제지) 창업주 등 재계 인사는 물론 정재석 전 경제부총리, 이종림 전 교통부장관, 강수림 전 국회의원 등 정계 인사들도 거주한 단지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최고급 노하우로 지어진 워커힐도 결국 노후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아울러 강남 개발로 고급 주거의 축선이 한강 동남권에 형성되면서 최고 부촌의 타이틀도 다소 바래졌다. 1979년 분양 당시에는 일부 평형의 분양가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분양가를 상회했지만, 현재 매매가격은 현대아파트가 워커힐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추진 대한 목소리도 여러 차례 나왔지만 부침을 거듭 중인 상황이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리모델링 추진됐지만 주민동의율 미달로 끝내 무산에 그쳤다. 2010년에도 리모델링 추진 여론이 다시 한번 나왔지만 결국 계획 수준에서 그쳤다.
워커힐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시 사업성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1차 용적률이 95% 수준, 2차도 104% 수준으로 단지 대지지분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지지분은 공동주택에서 개별 소유자 세대에 배분된 토지 면적을 뜻한다. 대지지분이 클수록 분담금 등은 적어지고 사업성은 올라간다.
다만 2차의 용도지역이 모두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자연녹지지역에는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하다. 1차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므로 재건축이 가능해 실제로도 1차 단독 재건축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청에서 승인을 받은 상태다. 다만 1차 단독 재건축에 대한 1·2차 단지 전체의 동의율은 4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지난 5월 20일 2차 아파트의 용도지역을 2종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지구단위계획을 마련, 향후 공람이 예정돼 있어 통합 재건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시와 광진구청에서 2차 아파트의 자연녹지 해제를 위한 절차에 나서고 있다. 통합 재건축에 대한 주민 입안 제안 후 주민 동의 징구서도 받을 예정”이라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소유자 총회에서 설계 회사를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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