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속았어도 금융사가 배상…금융권 "기준 모호" 불만

  • 금융위, 연내 '무과실 배상 책임' 법제화 추진

  •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구축...가상자산 거래소 보상 책임도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객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자금을 이체해도 금융권이 피해액 일부 혹은 전부를 의무배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배상 한도와 책임 범위, 피해 유형이 다르지만 은행권에만 과도하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연내에 '금융회사 등의 무과실 책임배상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금융회사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혹은 전부를 금융회사 등이 의무적으로 배상하는 내용이다. 그동안에는 악성문자 등에 포함된 링크(URL)를 잘못 눌러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이 해킹당하고 제3자가 송금·이체했을 때에만 배상됐다. 이 때문에 은행이 최대 50%까지 자율배상해도 배상액이 1억6000만원에 그쳤다. 무과실 배상책임이 법제화되면 피해자가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등 금융사 과실이 없을 때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 금융사가 피해 배상을 맡게 된다. 

금융사에 부담을 주는 제도일 수 있는 만큼 금융위는 △배상 요건 △한도 △절차 등은 금융사와 협의를 거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금융위 금융안전과 서기관은 "은행권과는 논의를 시작했고 고객 관리에 있어 보이스피싱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금융사에 파격적인 조치가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별로 보이스피싱 노출 정도가 달라 인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처한 현실을 고려하며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제화가 시행되면 은행권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주식을 추천해주는 이른바 '리딩방'이나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고 속여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사기' 등은 고객 본인 판단하에 이뤄진 것인데 보이스피싱이라고 정의하기가 모호하다. 또 이 책임을 경찰과 통신사는 제외하고 은행에만 전가하는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상 한도와 책임 범위, 보이스피싱 피해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은행 측 부담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며 "법제화돼 실행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가상자산도 보이스 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도 일반 금융사와 동일하게 범죄 연루 계정을 지급 정지하고 피해금 환급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도입할 예정이다.

보이스 피싱 예방에도 힘쓰기로 했다. 10월에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그동안 은행별로 범죄 사전 탐지 역량 편차가 컸지만 모든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가 AI 플랫폼에 집중되면 제2금융권도 시중은행 수준으로 범죄 예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서기관은 "금융사 내 보이스피싱 전담 부서 설치를 의무화해 금융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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