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집값의 추세적 안정세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미국의 9월 인하를 지켜본 뒤 10월에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다. 전문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내수 회복세를 반영한 0.9%가 대세를 이뤘다.
25일 아주경제가 주요 채권·거시경제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5%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현 2.50%에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12.5%는 만장일치 동결을, 50%는 동결하되 인하 소수의견이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8월 금통위 고려사항 ①서울 집값 ②한·미 금리차 ③성장률 순
2연속 동결의 근거로는 여전히 불안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추세적 안정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고, 이후 8월 인하를 점쳤던 일부 전문가들은 동결로 견해를 바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서울·전국 아파트 가격 격차 확대 지속 등 금융안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차(2.00%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도 금리 인하 부담 요소 중 하나다. 만약 금통위가 오는 28일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 차이가 2.25%포인트로 벌어지게 되고, 1400원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커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부양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동산과 환율 중요도가 커졌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면서 금융안정 부담을 덜어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9월을 포함해 올해 두 번 정도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올 연말까지 연준이 0.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점도표에 부합한 수준으로 한은 정책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0.25%포인트씩 3회 인하를 전망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점진적으로 한미 금리 역전폭 축소되면서 내외금리차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이달이 아닐 뿐 연내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김성수 연구원은 "이번 수정 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1.0% 예상)되겠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2.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인 만큼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인하 시점은 10월이 62.5%로 11월보다 우세했다. 올해 남은 인하 횟수는 2회(연말 2.00%), 1회(연말 2.25%)가 각각 절반으로 갈렸다. 연말까지 1회 인하를 예상한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립금리 중간값(2.50%)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두 차례 이상 인하의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전문가들 "올해 성장률 0.9%"...건설경기·수출이 발목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28일 공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8%에서 0.9%로 소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은 종전 전망(1.6%)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신정부 출범 및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효과를 감안해 성장률도 올려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성장률을 0.9%로 제시한 윤여삼 연구원은 "내수 진작으로 올 성장률이 1%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는 수주 기준으로 바닥을 지났지만 반등 탄력은 완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구 연구원도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등 내수 중심의 회복 흐름을 보이겠다"며 최대 0.2%포인트 상향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건설경기의 더딘 회복과 미 관세 정책 본격화로 인해 수출 둔화 전망도 나왔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내수 개선 효과는 일시적이며 건설경기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올 성장률이 종전 전망인 0.8%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 관세에 따라 하반기 수출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 결정에 가장 크게 미칠 요소로 미국 관세정책을 꼽으면서 "지난 5월 한은이 가정했던 관세 시나리오 대비 높은 상호관세율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도 성장 및 물가 전망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