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계와 미래 세대를 향한 메시지는 ‘감성적 비전가’의 모습이었다. 지난 11일 연세대학 강단에 선 또 럼 총비서는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가진 정책 연설에서 "양국 국민의 영혼에 '공명하는 울림'이 있다"고 말하며 문화적, 정서적 유대를 강조했다.
그는 전쟁으로 피폐했던 나라가 역동적인 신흥 경제국으로 발전한 역사를 상기시키며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베트남의 목표”라고 역설했다. 이는 한국의 미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에게 베트남의 국가 발전 비전에 대한 지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고 공산당 지도자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지도자의 인상을 심어주려는 전략적 행보였다.

반면 한국 경제의 심장부를 향해서는 ‘실용적 개혁가’의 면모를 부각했다. 지난 12일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과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현실적이었다. 또 럼 총비서는 “베트남 정부가 행정 절차를 개혁하고 규제 비용을 절감하는 등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유리한 사업 환경을 조성할 것을 약속한다”며 재계의 잠재적 우려를 정면으로 다뤘다.
동시에 반도체,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베트남의 우선순위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투자를 요청했다. 특히 기존의 ‘경제 협력’을 넘어 ‘경제 연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베트남이 단순 생산 기지가 아닌 글로벌 혁신과 생산의 거점이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세일즈 외교’의 전형이었다.

이처럼 또 럼 총비서는 방문 목적과 대상에 따라 비전과 실용을 넘나드는 유연한 소통 방식을 구사했다. 미래 세대에게는 공유된 가치와 거대 담론을 제시했고 기업인들에게는 구체적인 보장과 수익성 있는 기회를 약속했다. 이러한 맞춤형 메시지 전략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베트남을 문화적으로 친근하고 경제적으로 매력적이며 전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다차원적 파트너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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