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강행 예고… 美 관세·투자 압박에 규제 법안까지 재계 '삼중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아주경제DB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아주경제DB]

여당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 경제계가 경영 현장의 혼란을 호소한다. 미국 관세 압박에 따른 실적 악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대미 투자 계획 마련 등에 더해 삼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문을 여는 8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극에 달한 분위기다. 내수 침체와 미국의 관세 폭탄,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 등 국내외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이라 위기감이 더하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막판까지 정부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이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날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법안 처리를 재고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내 A 대기업 임원은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연이은 기업 옥죄기에 국내에 들어온 해외 기업 이탈도 걱정해야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친 가운데 대미 투자 압박까지 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수출 전선에서 관세 타격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철강 제품 수출액은 8억63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18.8% 감소했다. 가전 제품 수출은 1년 전보다 42.7% 줄었다.

실적이 악화한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6394억원으로 전년보다 46.6% 급감한 LG전자는 TV 등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위한 투자 보따리까지 마련해야 한다.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4대 그룹  총수(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경제 사절단으로 함께한다. 3500억 달러 규모 투자펀드와 별개로 개별 기업의 대미 투자 발표가 잇따를 전망이다. 

박기찬 인하대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법안"이라면서도 "최근 미국 관세 등 글로벌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중이라 시행 타이밍이 아쉽다. 기업의 경영권 보호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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