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공급 가뭄과 함께 고분양가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공사비 상승과 제로에너지 등 규제 강화 여파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다음 규제 대상으로 시사하면서 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3.3㎡당 공사비 1000만원이 넘는 정비사업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진행하는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공사비 예정 가격으로 3.3㎡당 1150만원을 제시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한남4구역이 올해 초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공사비가 94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평당 약 200만원 늘어난 것이다.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 역시 평당 공사비 112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부산 수영구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부산에서 처음으로 3.3㎡당 평균 분양가 5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울은 2023년 3553만원이던 3.3㎡당 평균 분양가가 지난해 4815만원으로 1년 만에 35.5% 뛰어올랐다. 최근 1년 사이에 일반분양을 진행한 강남구 청담르엘(평당 분양가 7209만원),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6530만원), 서초구 아크로 리츠카운티(6677만원), 래미안 원페를라(6833만원) 등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도 평당 7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고분양가를 기록했다.
서울 외곽에서는 소형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 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청약을 진행한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전용 59㎡(공급면적 24평형) 분앙가격이 최고가 기준으로 11억1150만~11억5060만원에 책정됐다.
공사비 상승과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맞물리면서 향후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분양가 인상이 계속되면 건설사들은 분양이 잘되는 곳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분양가 상승 폭은 커지고 지역별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라며 "시장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공사비에 대한 관리 대책과 함께 장기적인 공급 계획을 통해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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