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계약자 것은 계약자에게, 주주 것은 주주에게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삼성생명을 비롯한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1992년까지는 주로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이러한 배당보험계약은 당해 보험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보험회사가 계약자에 배당하기로 약정한 보험계약을 의미한다. 즉,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얻게 되는 이익의 일부를 보험계약자에게 배당의 형태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보험이다. 생명보험사들은 과거 보험료는 더 내더라도 미래에 배당을 더 받게 되므로 이익이라며 유배당 보험상품을 홍보했다. 그 계약자들은 무배당상품에 비해 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그 이익을 더 받을 것이라 믿었지만 수십년째 제대로 배당이 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유배당 보험상품으로 논란이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다.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약 5000억원으로 삼성생명이 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약 8.51% 지분)이 현재 가치로 약 3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험료로 엄청난 이익을 얻었으므로 그 계약자들은 진작에 배당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그렇게 얻은 삼성전자 주식 관련 이익을 배당한 적이 없다. 배당을 받지 못한 계약자들은 삼성생명이 상장을 하던 2010년 배당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전자 주식이 처분되지 않아서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그 청구를 기각했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 그 지배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이 주식을 거의 처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처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주식을 처분하지 않아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타당한가? 보험료로 얻은 이익을 배당하기로 약속하고 보험료를 받았는데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서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서는 처분하지 않았으니 배당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1970년대에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했으므로 이미 50년이 넘었다. 비교적 젊은 30대 나이에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이미 80대의 고령이 되었다. 평균 기대수명이 약 84세인 것을 고려하면 유배당 보험계약자들 상당수는 이미 사망했을 것이다. 10년만 더 지나면 일부 소수만 남을 것이다. 그럼 삼성생명은 배당할 의무가 사라진다. 계약자에게 배당했어야 하는 돈은 모두 자본이 되어 주주의 것이 된다. 원래는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의 것이었으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버틴 결과 주주 것이 되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의 희생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타당하지 않음은 의문이 없다. 우리 민법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이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 것은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에게는 신의성실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을 피하고, 부당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배당가능 이익을 추정해서 이를 토대로 배당을 하면 된다. 그러나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서는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실현이익만을 배당의 재원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가 당장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이익이 있고, 그 상태가 수십년이 되었음에도 배당재원에서 제외하는 것은 회사의 실질적인 재무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 규정은 2023년부터 적용된 보험계약에 관한 국제회계기준 IFRS17 체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여,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의 미실현이익은 일정 요건 하에 배당재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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