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욕망을 이기는 세금은 없다

이도윤 증권부장
이도윤 증권부장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만큼 인간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표현을 없을 것이다. 세금 없는 세상은 없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 최대한 덜 내면 좋고,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면 그게 최상이라고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합당한 과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들의 불복과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편적인 세금 부과의 원칙은 '응능(應能) 부담', 영어로는 'Ability-to-pay'이다. 경제적 능력에 맞춰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응능'의 기준을 정하는 게 세제개편안이다. 여기엔 정권의 색깔이나 정책 방향이 투영된다. 증세와 감세의 큰 기조를 세우고, 그에 따라 누구에겐 세금을 감해주고 누구에게 더 부과할지를 결정한다. 모두가 피하고 싶은 세금인 만큼 세제개편안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특히 증세, 그것도 서민·중산층에 대한 증세는 '역린'이다. 그 역린을 잘못 건드리면 가히 '민란'급 반발에 직면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1년 차 때가 그랬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일부 조정하는 수준의 미세한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사실상 증세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개편안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했다. 소위 '깃털뽑기' 발언이다. "내가 깃털이냐'는 국민적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박근혜 정부는 원안 고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야 했다. 

역린을 건드린 건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3세제를 모두 강화하면서 집 가진 이와 집을 사려는 이들의 불만을 두루 샀다. 여기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부자만을 겨냥한 증세가 아닌 모두를 향한 증세로 받아들여지면서 엄청난 반발을 불렀고 결국엔 정권교체의 기폭제가 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도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증시 관련 세제 개편 내용이 불씨를 키웠다. 코스피가 5000까지 가게 만들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믿은 수많은 '개미'들에게 이번 세제개편안은 이율배반일 수밖에 없다.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은 '찔끔' 낮춰주는 대신 증권거래세 세율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하향(50억원→10억원)으로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증세다. 

정부는 '전 정권이 망가뜨린 세금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돈 벌게 해주겠다는 대통령의 워딩(공약)에 개미들의 '욕망'이 한껏 커진 상태에서 이런 설명이 통할 리는 없다. 코스피가 세제개편안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 이상 한번 키워진 욕망이 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 못할 대목은 누구보다 개미투자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대통령과 정부가 미처 이런 논란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법 개정 등 법·제도 개선으로 삼천피를 공고히 다졌다는 자신감에 스텝이 꼬인 것일까, 아니면 '부자 증세'라는 도그마에 스스로를 가둔 것일까. 뻔히 보이는 시장과 주식투자자의 반발을 예견하지 못한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작금의 논란은 결국 정부와 여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주식 증세와 증시 활성화라는 카드는 양립 불가다. 하물며 '주식 대박'이라는 욕망을 부추긴 건 대통령과 정부다. 욕망을 이기는 세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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