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협상 후폭풍] 큰산 넘었지만 불안감은 여전…농산물 등 비관세 압박 '첩첩산중'

  • 농산물 검역절차 개선 예고에 농업계 긴장

  • 정부, 확대 해석 경계..."양국간 긴밀히 소통 차원"

  • 온플법·구글지도 등 디지털 분야 이슈도 산적

  • 한미 정상회담서 다뤄질 전망..."일정 조율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농축산물과 디지털 분야를 둘러싼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과제로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와 관련해 추가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향후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3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이번 한·미 협상에서 양측은 과채류 등 농산물 검역 절차와 관련한 기술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어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자동차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 기술적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검역 절차 개선'이 사실상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농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향후 미국과 협의할 사항으로 식물 검역 절차 개선이 남아 있어 국내 과수 농가 생존권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우리 농산물 시장은 이미 99.7% 개방됐으며 쌀을 포함한 약 10개 민감 품목만 예외적으로 개방이 유보된 상황이다. 반면 사과와 블루베리,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은 FTA에 따라 개방됐지만 국내 검역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수입이 제한적이다. 

농산물 수입 검역은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에 따라 병해충 위험 평가 등 8단계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물방역법으로 농산물 수입 검역 절차를 정하고 있어 일부 단계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산 사과는 미국이 30년 가까이 수입을 요구해왔지만 아직 2단계 IRA(수입위해분석)만 통과했을 뿐 3단계 이상으로는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검역 '협의' 또는 '개선'이라는 표현을 공식화하면서 검역에 앞선 사전 제도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검역 개선이라는 표현은 과학적 역량 강화를 의미하며 양국 간 소통을 더욱 긴밀히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쌀 시장 개방 여부를 둘러싼 혼선도 여전하다. 우리 정부는 "추가 개방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백악관 대변인 발언과 일부 해석이 엇갈리며 논란이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트루스에서 한·미 협상 타결을 알리며 “한국은 미국에 완전히 무역을 열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이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검역 절차적인 것, 즉 비관세 분야에서 검역 절차 단계를 조금 줄이고 신속하게 하자는 기술적 논의 정도만 있었다"며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에 다 마무리됐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농업 시장 추가 개방을 포함한 핵심 비관세 이슈와 관련해 한·미 간 통상 마찰 불씨는 아직도 잔존해 있다는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제외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 등 디지털 분야 이슈도 불씨로 남아 있다. 특히 구글은 지난 2월 9년 만에 한국 정부에 1대5000 정밀지도 데이터에 대해 해외 반출을 재요청한 바 있어 향후 미국 측이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관련 논의는 조만간 추진될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수많은 과제를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 방향이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와 방식 등은 양국 외교 당국 간 조율 중이며 이달 말 개최가 유력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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