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SK온 경쟁력 강화가 우선, 상장 계획 없다"...SK이노가 밝힌 합병 이유

  • SK온-SK엔무브 합병 결정

  • 안정적인 수익구조 마련

  • 북미 ESS 시장 공략 속도

  • SKI E&S LNG 경쟁력 유지

  • 주가수익스와프로 계열사 지원도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지난해부터 계열사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계열사인 SK온과 윤활유 계열사인 SK엔무브의 합병을 추진한다. 시장 상황에 맞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에 연 8000억~9000억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윤활유 사업을 보강함으로써 SK온의 순차입금을 감소시키고 양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자 지분 매입 후 SK온-엔무브 합병

SK이노베이션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SK온-SK엔무브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고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정식 출범하는 형태다.

재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리밸런싱의 목표는 SK온의 경쟁력 회복 및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사이클 산업이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기에 따라 영업이익이 오르내리는 SK온에 윤활유를 토대로 지속해서 영업이익을 내는 SK엔무브를 더함으로써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SK온은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한 후 설비 투자자금 확보 등을 위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이때 5년 뒤 상장을 조건으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조원대 자금을 유치했다. 수익률 보장 등을 고려하면 3조원 중후반대 비용을 되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북미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적체)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던 SK온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연스레 SK온의 2026년 상장도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우세해졌다.

이에 SK그룹은 지난 5월 그룹 내 구조조정 전문가인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투입해 SK온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우선 중복상장 논란으로 인해 내년 상장이 어려워진 SK엔무브의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30%를 약 8500억원에 매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광양·여주·하남·위례 발전소 등 SKI E&S가 보유한 민간 LNG 발전소 4곳을 기반으로 5조원대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토대로 3조8000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국내외 FI의 SK온 지분을 사들여 2026년 상장을 취소하고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의 모든 장애물을 없앤 것이다.

장 총괄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개최한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온이 투자를 유치할 때와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며 "SK온 기업공개를 급하게 진행하기보다는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FI가 조기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것과 FI를 계속 두면서 미래에 SK그룹이 질 부담을 비교했을 때 빨리 투자자 지분을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과 SK엔무브의 FI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2026년 상장 약정은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장 총괄사장은 "지금은 SK온 본연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시기"라며 "합병법인 IPO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알짜 계열사 지원받은 SK온...북미 ESS 시장 공략 속도↑

이제 시장의 눈길은 SK온에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온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붙인 데 이어 이번에 SK엔무브까지 더하면서 알짜 계열사를 투입해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석희 SK온 대표 입장에선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SK온이 홀로서기 할 수 있음을 시장에 입증해야 한다. 이 대표가 제시한 해법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ESS용 파우치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조기 양산해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ESS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로봇과 드론·UAM 등으로 매출원을 확대한다. 이 대표는 "미국의 경우 단기적 수요둔화(캐즘) 우려가 있으나 대중견제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SK온의 전기차·ESS 배터리 경쟁력과 SK엔무브의 윤활유·액침냉각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ESS 시장을 공동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으로 SK온이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EBITDA 8000억원 상당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오는 2030년 EBITDA를 10조원 이상 창출하고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춘다는 경영목표를 함께 제시했다.

◆SKI E&S LNG 경쟁력 이상 無...핵심자산 유동화 없다

시장에 또 다른 관심사는 SKI E&S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합병 후 리밸런싱 과정을 거치면서 일각에선 SKI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SKI E&S 사업을 이끄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를 단호히 부인했다. 그는 "유동화 작업을 진행한다 해도 LNG 발전소 과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SKI E&S) 사업 경쟁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I E&S의 LNG 사업은 그룹 차원의 미래 핵심사업인 만큼 수요가 급증하는 유럽·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게 추 대표 측 설명이다.

장 총괄사장도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그룹 내 LNG 밸류체인 자산 유동화설에 대해 "핵심 LNG 밸류체인을 유동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매각해도 영향이 낮은 자산을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유동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재무건정성 강화에도 집중...지주사도 지원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순차입금을 크게 줄이는 선제적 재무건정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3자 유상증자 2조원과 영구채 발행 7000억원, SK온 제3자 유상증자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유상증자 3000억원 등 5조원의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이어 리밸런싱으로 올 연말까지  3조원의 추가 자본확충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리밸런싱과 SK온 지원으로 모회사의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지속됐는데, 이를 끊어내기 위한 행보다.

지주사인 SK㈜는 SK이노베이션 유증과 관련해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유증에 참여하는 금융기관과 3년 만기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한다. SK이노베이션도 SK온과 SKIET의 모회사(중간 지주사)로서 SK온과 SKIET의 유증과 관련한 3년 만기 PRS 계약을 체결했다.

SK㈜가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하고, SK이노베이션이 SK온·SKIET를 지원하는 구조다. 계약 만기 시 투자자들에게 주가 변동에 따른 수익 또는 손실을 정산하는 PRS 구조를 고려하면 SK㈜와 SK이노베이션이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에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주식이 떨어지더라도 차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만큼 서로가 '윈-윈'하는 구조다.

이러한 지원 구조를 놓고 김기동 SK㈜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이노베이션은 SK㈜의 핵심 자회사"라며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전략을 실행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궁극적으로 SK㈜의 기업가치 제고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기업 가치 향상이 지주사인 SK㈜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장 총괄사장은 "SK㈜와 SK이노베이션은 주가가 약 71%의 상관관계로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유증으로 SK㈜ 주가에 단기적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SK㈜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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