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확전과 휴전의 기로에 선 미중 관세전쟁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협상에서 수세에 몰렸다. 취임 후 지난 4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관세를 전격적으로 인상하여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주가 하락, 국채 이자율 상승, 달러화 가치 하락 등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였다. 이 조치 이후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 TACO)’는 조롱이 등장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상된 체면을 만회하기 위해 영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일본에 유례없는 양보를 강요하였다. 최종 타결을 위해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나라와 EU도 트럼프의 변칙적 요구에 고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강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다. 2018∼19년 무역전쟁과 달리 이번 관세전쟁에서 시진핑 주석은 처음부터 보복을 주저하지 않았다. “중화인민공화국과 공동으로 가입한 국제조약, 협정에서 약정한 최혜국 대우 조항 또는 관세 우대 조항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국가에 대해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대등 원칙(对等原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는 지난해 제정한 관세법 17조에 의거해,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맞대응하였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145%― 2월 4일 10%, 8일 10%, 3월 4일 10%, 4월 2일 34%, 8일 50%, 9일 21% 추가 ―까지 올리자, 중국도 대미 관세를 125%― 4월 4일 34%, 9일 50%, 12일 41% ―까지 인상하였다.

또한 중국은 2월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인듐, 몰리브덴, 4월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을 수출 통제한다고 발표하고, 희토류 수출 금지 대상에 미국 기업 12곳을 추가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미국의 대중 제재와 유사한 조치로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17개 기업을 등재하였으며 구글, 애플, 브로드컴, 엔비디아, 시놉시스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사하였다.

올해 4월 국무원 판공실은 관세전쟁의 출사표인 ‘중미 경제무역 관계 일부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 문서에서 중국은 2020년 1월 양국이 합의한 1단계 무역합의를 잘 이행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중국은 미국은 중국에 부당한 비난과 함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일방적으로 부과함으로써 이 합의를 위반하였다고 비판하였다. 양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예상보다 강력한 중국의 반발로 시장이 불안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협상을 제안하였다. 5월 9∼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베센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는 ‘중미 제네바 경제무역 협상 공동성명’에 합의하였다.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부과된 관세의 총 91%를 취소하고, 34%의 상호관세 중 24%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나머지 10% 관세 및 펜타닐 관련 관세 20%를 유지했다. 중국도 미국산 상품에 부과된 보복 관세의 총 91%를 취소하고 34%의 보복 관세 중 24%를 90일간 유예하고 나머지 10%의 관세를 유지했다. 또한 양국은 추가 협의를 위해 경제무역 협의 메커니즘(经贸磋商机制)을 구축하는 데 동의했다.

이 협상은 관세전쟁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다. 관세는 인하되었으나, 비관세 장벽은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 지침 발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판매 중단,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발표 등을 지적하였다. 미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 고주파 레이더, 정밀 유도무기, 전기차, 드론, 로봇 등 첨단 무기에 필수적인 소재인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중국이 신속하게 해제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6월 5일 통화한 이후 허리펑 부총리 및 왕웬타오 상무부 장관과 베센트 장관, 러트닉 상무장관, 그리어 대표는 6월 9∼10일 런던에서 열린 제1차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 에탄, 항공기 엔진, AI 반도체의 수출통제를 협의하였다. 중국이 희토류 자석의 미국 수출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H20 수출을 허용하였다. 러트닉 장관이 H20을 4류 반도체로 폄하했지만, 이 거래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상당히 무력화되었다. 그 대신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도 완화되었다. 중국의 대미 희토류 자석 수출이 5월 46톤에서 6월 353톤으로 667% 증가했다.

관세의 잠정 인하 기간이 만료되는 8월 12일을 앞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2차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 열린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모든 이견을 해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의 견제 대상이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브릭스 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의 반미 정책과 연대하는 국가에 예외 없이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고는 지난 1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우리는 적대적으로 보이는 이 국가들에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지도, 강력한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하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100% 관세에 직면하고 아름다운 미국 경제에 물건을 파는 것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메시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러시아가 50일 내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약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베센트 장관도 21일 중국의 러시아산 및 이란산 원유 수입을 스톡홀름에서 거론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스톡홀름 회담은 확전과 휴전의 기로에서 열린다. 타협에 도달한다면, 관세전쟁은 진정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반대로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관세전쟁은 확대될 것이다. 협상 실패 후 관세 인하 유예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에 수출의 40%를 의존하고 있어, 미중 관세전쟁의 장기화는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보다 훨씬 더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재계는 한미 협상을 마무리한 직후에는 미중 관세전쟁의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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