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미국 국채 신용 등급 강등과 달러 패권의 쇠퇴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1년 S& P, 2023년 피치에 이어 무디스가 지난주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을 최고인 트리플 에이(Aaa)에서 더블에이원(Aa1)으로 강등하였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호주, 캐나다, 덴마크, 독일,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보다 한 등급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낮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연방정부 부채이다.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재정적자와 이자 비용을 증가로 2024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98%에 도달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사상 최고치인 106%를 기록한 1945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DOGE)의 비용 절감과 상호관세 수입을 통해 재정적자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법인 최고세율 인하, 개인 소득세율 인하, 소득공제 및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의 감세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재정적자가 2024년 연 1조7천억 달러에서 2035년 2조5천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디스의 조치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21개 신용등급 중에서 겨우 한 단계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가 더 이상 미국 국채를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어 온 달러 패권의 쇠퇴가 임박해졌다.
미국과 전략경쟁에 돌입한 이후 중국은 미국 국채를 꾸준히 매각해왔다. 2013년 11월 1조3160억 달러까지 증가했던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올해 3월 말 7653억5900만 달러까지 하락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 국채를 일본은 물론 영국보다도 더 적게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과 대립하는 러시아도 탈달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후 미국은 유럽연합(EU)와 함께 러시아에 다양한 제재를 부과하였다. 가장 치명적인 제재는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대외자산 동결이다. 작년 6월 G7 정상회의는 동결한 자산의 이자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를 위한 특별수익 가속 대출'에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 올해 1월 EU는 이자수익으로 마련한 30억 유로를 차관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였다. 러시아는 이러한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브릭스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기축통화의 창설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쟁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서도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 2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였다. 연기금들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해 미국 국채를 처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4월 초 미국 국채 금리가 이상 급등하면서, 미국에서는 일본이 상호관세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팔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면서 미국에 저장되어 있는 금괴를 자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미국(8,133톤) 다음으로 많은 3,350톤을 보유한 독일은 소련의 위협에 대비해 금괴를 뉴욕, 런던, 파리 등에 분산 보관하였다.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 직후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독일 금괴를 사전 협의 없이 대여하거나 경매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독일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00톤을 뉴욕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운반하였다. 올해 3월 말 기독민주당(CDU) 정치인들은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보관된 나머지 금괴(전체 보유량의 36.6 %)를 회수하라고 촉구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미국 국채 구매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미국 채권을 구매하는 재원의 대부분은 대미 무역흑자이다. 2000년대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의 일부를 미국의 국채, 채권, 주식에 투자했다.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불리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중국의 대미 투자의 선순환은 양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일으킨 이후 미국 기관투자자의 중국 투자 제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상장철폐,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사 강화 등으로 이러한 구조가 점차 와해되고 있다. 중국이 역대 최대의 대미 무역흑자를 미국 국채 구매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관세전쟁이 격화되어 대미 무역흑자가 급속하게 줄어든다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븐 미런이 제안한 마라라고 합의도 달러 패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2의 플라자 합의로 불리는 마라라고 합의의 목표는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와 달러화의 약세이다. 경제적으로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교역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감소하여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이자가 없는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해 교역국에 판매한다. 그 대가로 미국은 외환위기에 직면한 국가에 무제한 통화스왑을 통해 달러를 제공한다. 이 국채의 매수를 거부하는 교역국에 대해서 미국은 안보 공약의 철회로 보복한다. 즉 미국은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동맹국에 국채를 강매하겠다는 것이다. 상호관세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동맹국들이 이러한 강요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지만, 마라라고 합의의 주요 정책은 이미 논의되고 있다. 4월 24일 한미 재무·통상장관 '2+2 통상협의'에서 기재부와 재무부가 별도로 환율 관련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차관보는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환율에 대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관세의 충격은 특정 수출품에 집중되지만, 환율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플라자 합의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분석을 보면, 환율이 상호관세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과 협상에서 상호관세 인하를 위해 원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하는 거래에 주의해야 한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