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문건인 일명 '엡스타인 파일'로 인해 미국 정가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엡스타인 파일을 놓고 정치적인 거센 공방을 벌이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 피해 여성들과 나눈 인터뷰를 공개했다.
대니엘 벤스키는 "치유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는 일로 우리가 지워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용기를 냈던 여성들, 우리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이 다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 법무부가 엠스타인 '성 접대 리스트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슬픔이 몰려왔다. 정의를 찾으려 했던 모든 시간이 부인당한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엡스타인 피해자로 거론되는 고(故) 버지니아 주프레의 변호사인 데이비스 보이스도 트럼프 정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엡스타인 고객 리스트를 공개할 것 처럼 하다가,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꿔서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일을 크게 만들었따. 일관되지 않는 태도가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배우 지망생 출신으로 1997년 엡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알리시아 아든은 "펨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 2월 (성 접대) 리스트가 있다고 했다가, 이제는 리스트가 없다고 한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리스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내용이 담긴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명을 비롯한 다수의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 범죄 혐의로 체포된 그는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이에 성 접대를 받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엡스타인의 사인이 타살이라는 등 각종 음모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