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성사, 미중 무역합의 도출 등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태세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간 긴장 완화를 위해 '관세 휴전'을 3개월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미국의 막대한 대(對)중국 무역 적자와 그로 인한 일자리 손실 등을 문제 삼으며 중국과 대립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시작 6개월 만에 대중국 기조를 완화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어 이러한 온건한 태도는 다른 무역 상대국에 대해 폭탄 관세로 경제를 황폐화하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최근 엔비디아 H20 칩의 대중국 수출을 다시 허용한 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입장을 완화한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는 미국의 핵심 기술이 중국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기존 접근 방식을 뒤집은 것이라고 다수의 미 고위 관리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엔비디아가 화웨이와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의 견해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덜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8월 12일 종료되는 상호 관세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미중) 관세 휴전이 3개월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미 상원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로 꼽혔던 그는 지난 11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후 "매우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대화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은 무역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보다 중국과 집권 1기 때와 유사한 구매 계약 체결을 추진하는 등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말인 2020년 1월 미국과 농산품 등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을 구매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일부 당국자들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측이 예정된 미국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동의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무역 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해소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급증하는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노선 선회에 참모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 무역팀 일부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는 무역 협상에 절대 포함되지 말아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이 같은 유동적인 전략과 약속된 매파 정책에서 벗어난 행보는 행정부 내부 정책 결정자들뿐만 아니라 외부 자문위원들까지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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