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쇠퇴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을 되짚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대중재단은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IPSA) 서울총회에서 '김대중의 유산-민주주의와 평화의 후퇴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특별 세션을 진행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성공적으로 산업과 혁신, 민주화를 이뤘지만, 그 결과 의도치 않은 여러 상황이 나타났다"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위기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새 비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래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서 △성평등 △생산적 복지 △용서와 화해 △햇볕 정책 등 그의 핵심 철학을 소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진경 박사는 김 전 대통령이 1960년대 이희호 여사와 함께 표기된 문패를 사용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김 전 대통령은 성평등이 민주주의 사회 통합을 완성하는 데 핵심 수단이라고 봤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도 단지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경제 동력의 핵심으로 이해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학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IPSA 세계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건 지난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특히 이번 총회에선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김대중상(Kim Dae-jung Award)'이 새롭게 제정됐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고,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기리기 위한 취지다.
김대중재단이 후원하는 이 상은 세계 평화,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학문적 공헌으로 국제 사회에서 높은 평판을 얻고 있는 학자를 대상으로 IPSA 세계대회에서 수여될 예정이다. 아울러 수상자를 축하하고, 세계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념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IPSA 세계대회마다 개최할 계획이다.
첫 수상의 영예는 T.V. 폴(T.V. Paul) 교수에게 돌아갔다. 맥길대학교 석좌교수인 폴 교수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학학회(ISA) 회장을 맡았으며, 평화적 변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GRENPEC)의 창립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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