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20%' 베트남, 관세 비교우위에 재차 글로벌 기업 생산기지로 주목

  • 나이키·랄프 로렌·스케쳐스…동남아 경쟁국보다 稅부담 적어 공급망 재편 가속

나이키 신발의 50 의류의 28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나이키 신발의 50%, 의류의 28%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미국의 새 관세 조치가 발표되면서 글로벌 의류·신발 브랜드들이 베트남 생산 기지로의 의존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46%의 관세를 부과받았던 베트남이 미국과 협정을 통해 관세율을 20%까지 끌어내리면서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비교우위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9일 베트남 현지 매체 비지니스(Thuong gia)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14개국 제품에 새로운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이후, 베트남에 제조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로운 관세율을 공개하며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튀니지 등에는 25%,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30%, 인도네시아는 32%, 방글라데시와 세르비아는 35%, 캄보디아·태국은 36%, 라오스·미얀마는 40%의 보복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는 자동차, 철강 등 품목에 부과되던 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로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와 달리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의 교역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며 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베트남은 협상 결과, 종전 46%에 달하던 대미 관세를 20%로 낮추고 환적 상품은 4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나이키, 랄프 로렌, 스케쳐스, 룰루레몬 등 글로벌 브랜드가 직격탄을 피하게 됐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레이먼드 제임스(Raymond James)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랄프 로렌은 전 세계 제품의 약 19%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나이키는 신발의 50%, 의류의 28%가 베트남산이다. 이는 베트남이 이미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나이키는 베트남 내 직영 공장과 협력 업체를 통해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 기준을 충족시키며 관세 40% 부과를 피했다. 덕분에 약 23억 달러(약 3조1650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추가 수입 비용을 9억20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스케쳐스 역시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해 현재 생산량의 약 40%를 베트남에서 충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인 마이클 코어스·지미추를 소유한 카프리 홀딩스(Capri Holdings)는 인도네시아·캄보디아와 함께 베트남에도 투자를 늘려 다변화를 꾀했다.

또한 코치,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 와이츠먼 등을 거느린 태피스트리(Tapestry)는 이미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에서 약 70%의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는 전체 생산의 35%를, 룰루레몬은 40%를 베트남에서 조달한다. 푸마 역시 생산량의 26%를 베트남산으로 대체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관세 부담이 커진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 보면, 이들 브랜드가 베트남에 생산 기반을 집중시키는 전략은 상당한 경쟁우위가 된다. 기존에 중국과 동남아 다수 국가가 저임금 생산지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관세 재편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메이드 인 베트남’ 라벨로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인건비 경쟁력,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물류·통관·환경 규제 등이 글로벌 브랜드의 ‘중장기 공급망 허브’로서 베트남을 주목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과의 FTA 활용, 원산지 검증 시스템 고도화 등도 중요한 장점이다.

의류·신발 주문생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베트남 생산 파트너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까지 요구하면서 현지 기업들의 대응 역량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관세 이슈는 베트남 기업들이 기술 투자, 인력 업그레이드를 더 가속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공급망 재편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더 이상 ‘중국 대체 생산지’가 아닌 독자적 제조·수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베트남산 제조’를 선택하면서 국내 생산업체, 노동시장, 수출산업 전반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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