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3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제조업 전반이 장기적으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과잉 문제로 가격 출혈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공급·수요 측면에서 좀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6월 생산자물가 23개월래 최대 낙폭...과잉공급 대책 내놓나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PPI가 전년 동기 대비 3.6%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인 5월(-3.3%)보다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앞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3.2%)도 밑돌았다. 이번 수치는 지난 23개월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중국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하고 가격 출혈 경쟁이 악화돼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산업계 전반이 구조적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디플레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가격을 통제하고 생산력을 줄이기 위해 산업에 개입하는 '공급측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추측이 커지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생산력 감축, 노후 공장 폐쇄, 환경을 비롯한 규제 강화, 대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특히 향후 몇 주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 등을 앞둔 중국 지도부로서는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를 내비쳐야 한다. EU는 그간 중국의 과잉생산이 시장을 왜곡해 차이나 쇼크를 초래했다고 맹비판해왔다.
문제는 내수부진...고용창출, 소득증대 강조 목소리
일각에선 내수 부진이 중국 디플레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짚는다.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부진과 부동산 경기로 가계마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에 지출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6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0.1% 오르며 다섯 달만에 마이너스 증가율에서 벗어났지만, 2년 넘게 여전히 0%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먀오얀량 중국국제자본공사(CICC)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과잉공급을 줄여 물가를 살리려는 노력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약한 수요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 안정화, 현금 흐름 증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가계 소득 증대를 촉구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지갑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둥리쥔 중국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세계 무역 성장 둔화와 국제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컴퓨터, 통신 전자장비 등 일부 산업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올해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확대와 미국 관세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특수 국채 판매를 통해 조달한 3000억 위안(약 57조원)을 이구환신(以舊換新, 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 정책에 할당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동차에서 스마트폰까지 신제품을 살 경우 할인 혜택을 받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는 좀처럼 더딘 상황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가 6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에 그쳐 전달 증가율(6.4%)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다만 둥리쥔 수석 통계사는 “기업의 무질서한 경쟁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가, 소비 진작책 확대로 소비재 가격이 반등하고, 첨단산업 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거시정책이 차츰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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