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보낸 ‘관세 서한’을 통해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8월 1일’로 확정한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 반도체, 구리 등 품목별 관세 부과도 잇따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날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던 관세 부과 시점인 ‘8월 1일’에 대해 변경도 없으며 연장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게시물을 통해 “우리는 내일 아침에 무역과 관련된 최소 7개 국가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오후에도 추가 국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역 합의 대상국 또는 추가 관세 조치 대상국이 포함된 명단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4개국에 관세율이 명시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틀 안에 15~20개국을 대상으로 추가 관세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확정한 가운데 품목별 관세 부과로 협상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다. 큰 것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관세율과 구체적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미국으로) 들어올 시간을 1년이나 1년 반 정도 줄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들이 의약품이나 다른 것들을 나라(미국)로 가져오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매우 높은 관세율, 200% 정도가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의약품, 반도체, 구리는 모두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품목이다. 해당 법은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러트닉 장관은 CNBC에 “구리는 (조사가) 끝났다. 우리는 조사를 마쳤고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넘겼다”며 구리 관세는 7월 말이나 8월 1일에 발효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약품과 반도체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면서 “그러면 대통령이 자기의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과 관련해서는 “그런 세부 사항은 이달 말에 나올 것이며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언 마제러스 미국 상무부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3개월간 협상을 중단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이제 대통령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는 관세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중국과는 8월 대규모 무역 협상 재개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나는 최근 중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중국은 우리와의 무역 합의를 매우 공정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인상으로 극한 대립을 벌이다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무역 협상에서 상호 관세 인하를 합의하며 90일간 관세 유예에 들어갔다. 이번 협상 재개는 유예기간 종료시점인 8월에 맞춰 추진되는 것이다.
앞서 양국은 2차 무역 협상을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개최해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일부 해제와 중국의 희토류 대미 수출통제 완화를 맞교환하며 갈등을 일부 봉합했다.
러트닉 장관은 CNBC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인 중국과 미국 간에 더 큰 무역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그건 나와 베선트 (재무부) 장관,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8월 초반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 함께 가서 중국의 카운트파트를 만날 것이며 우리는 더 큰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다. 그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더 큰 대화를 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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