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워너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를 소개해달라
- 세상 전체가 캔버스라고 말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번 전시를 보면 제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게 될 거예요. 이 작품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일상적인 장면과 순간들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다. 이 전시에서는 두껍게 칠해진 초록색 물감이 테니스 코트나 골프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푸른색의 번짐은 광활한 바다나 깊은 수영장이 된다. 흰색의 붓질은 눈 덮인 산이 되고, 거기에 세밀하게 그려진 작은 사람들 – 요트, 골프, 스키를 즐기는 모습이 더해져, 이 작품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상 속 세계가 된다.
처음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됐고, 예술계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붓이나 연필을 쥐어보지만, 저는 그걸 놓지 않았다. 스포츠도 좋아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그림과 드로잉이 항상 가장 좋아하는 취미였다. 13살 때는 동전 크기만한 작은 캔버스에 사물이나 유명 명화를 미니어처로 그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손에 잡히는 모든 재료로 실험했다. 목탄, 파스텔, 연필, 아크릴, 유화 등으로 추상화, 초상화, 벽화까지 그렸고, 제 방 벽에도 그림을 그렸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모두가 이런 저의 예술적 재능을 키워주도록 격려해주셨다.
일상적인 공간 – 거리, 해변, 공원 등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
- 세상 모든 것이 저에게 영감을 준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을 그릴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는 늘 하나의 큰 주제를 정한다. ‘하얀 선(White Lines)’이나 ‘금단의 잔디(Forbidden Grass)’처럼 간단한 단어일 수도 있다. 그런 단어는 특정 색을 떠올리게 하고, 그 색은 다시 특정 풍경이나 계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진다. 물론 최대한 단순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각 작품은 하나의 실험이고, 가끔 아이디어가 예상처럼 되지 않거나 작업 중 크게 바뀌어도 괜찮다. 컬렉션의 기준 안에만 맞으면 된다.

본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어떻게 발전시켰나. ‘좋은 그림’과 ‘별로인 그림’을 가르는 기준은 뭔가
- 앞서 말했듯이, 저는 늘 다양한 재료로 실험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2022년, 가구 사업을 하면서 남은 건축 자재로 만든 두껍고 질감 있는 작품에 작은 미니어처 피규어를 결합하면서 지금의 스타일이 자리잡혔다. 무언가를 반복할수록 더 나아지않나. 작품 하나하나가 새로운 시도이고, 더 잘 그리고, 더 아름답게 창조할 기회가 된다. 제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끼면 그건 좋은 작품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바꾼다.
가구를 만들면서 자재 낭비를 줄이려는 실험을 많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 예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 처음 가구 디자인과 제작을 시작했을 때, 기술도, 도구도, 재료도 부족했다. 그런 제약 덕분에 오히려 아이디어를 단순하게 만들어야 했고, 창의적으로 접근했다. 가구를 만들수록 작품이 점점 더 정교해졌고, 어느 순간 제 회화는 가구의 연장선이 되었다. 커피 테이블 위에 석고를 바르던 방식이 그림의 구도 영감이 되었고, 목재 자투리는 캔버스가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낭비를 줄이려던 실험이었는데, 어느새 제 생계가 됐다.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리고 자연에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라면서 태어날 때부터 자연 속에 있었다. 밖에서 뛰어노는 걸 정말 좋아했다.
저는 인간과 자연은 늘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모든 게 자연과 연결돼 있다. 제 작품은 그저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세상을 확장한 것일 뿐이다.

작품의 완성을 결정짓는 기준이 있나
- 완벽주의자라서 붓을 내려놓는 게 쉽지는 않다. 기술적으로는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지만, 이제는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예술가로서 이 길을 계속 가도 되겠다는 확신은 언제 생겼나
- 처음 붓과 연필을 잡았을 때부터 스스로의 능력을 믿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SNS에서 작품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노력과 재능이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팔로워와 컬렉터가 계속 늘고 있고, 결국 중요한 건 제가 이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인정을 받든 못 받든, 예술은 저의 열정이자 취미, 세상과 나누는 방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