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자 몸값 '1000억원 시대'...韓 인재 유치 '산 넘어 산'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인공지능(AI) 개발자의 몸값이 1000억원 시대에 도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AI 개발 인력 확보 경쟁에 불을 붙인 결과다.
 
AI 개발자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AI 인재 확보 정책도 위협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AI 전문 인력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IT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메타의 주도로 AI 인재 유치를 위해 최대 1억 달러(약 1364억원)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왓츠앱 등 경쟁사 소속 개발자들에게 직접 이직 제안과 함께 1억 달러 계약 보너스와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확산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메타가 이러한 소문을 빠르게 퍼뜨리려 했다”며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경쟁사의 AI 인력을 빼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주목할 만한 AI 개발자와 연구자 명단을 작성하고, 일부와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메타는 경쟁사의 개발 및 연구 인력뿐 아니라 명문 대학의 박사 과정 졸업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AI 인재 영입에 나섰다. 저커버그의 이러한 노력은 구글 딥마인드 소속 루카스 베이어, 알렉산더 콜레스니코프, 샤오화 자이와 오픈AI 취리히 지부 창립 멤버가 메타로 이직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또 저커버그는 알렉산더 왕 스케일 AI CEO 영입을 위해 140억 달러를 투입해 스케일 AI를 인수하며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메타의 AI 인재 유치 경쟁은 실리콘밸리 내 개발자들의 몸값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메타와 비슷한 수준의 처우를 제공해야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 개발자는 “메타의 인재 유치 전략은 치킨 게임을 연상시킨다”며 “실제로 메타의 높은 보상을 받는 개발자는 소수에 불과하겠지만, AI 인력 시장이 과열되면서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인재 유치 경쟁은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의 AI 개발자 확보에도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국내 대기업은 구글 출신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높은 연봉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 주택 제공과 재택근무 조건을 수용한 사례도 있었다.
 
CompTIA(컴퓨팅 기술 산업 협회)의 ‘2024년 기술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AI 개발자의 연봉 상승률은 연 32%에 달한다. 전 세계 미충원 AI 직군은 약 420만명에 이르며, 전 세계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AI 인력은 수요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메타의 AI 개발자 몸값 올리기 전략은 올해 AI 개발자의 연봉을 더욱 상승시키며 채용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의 AI 인재 유치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 정책에 인재 처우 개선을 포함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AI 개발자 몸값이 급등하면서 정부 예산만으로는 충분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현재 AI 개발자의 몸값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국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기업이 지불할 수 있는 보상이 한정된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