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새 정부, 세계 4대 경제 대국 인도와 협력의 새판 짜야

  • 인천만 찍고 가는 수억 인도 중산층…이젠 서울도 좀 봐주세요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대형 인프라 건설로 경제성장 견인… 유지보수 안전관리는 뒷전 

얼마 전 인도 국회의원 7명과 전직 외교부 장관으로 구성된 인도 국회 초당적 고위급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해서 파키스탄 테러에 대한 입장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공교롭게 인도 대표단을 만난 날이 11년 전, 2014년 5월 26일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주 총리가 인도 연방정부 총리로 취임한 날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인도 국회의원은 한국 방문 목적인 “모든 형태와 양상의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겠다는 인도의 강력한 입장”을 밝히기 전에 먼저 인도가 올해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자랑삼아 말하며 인도의 빠른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인도 대표단은 올해 인도 경제 규모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고, 얼마 있으면 곧 독일을 앞설 거라고 자랑했다. 사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6.2% 성장을 기록하여 국내총생산(GDP)이 4조18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고, 2028년 독일까지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경제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한 배경에는 모디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개발 정책, 투자유치, 디지털 경제로의 발 빠른 전환 등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모디 정부는 도로, 철도, 공항과 같은 인프라 분야를 적극적으로 확충해 나갔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고속도로와 농촌 지역 도로 확충이다. 인도 고속도로의 경우 2014년 9만1287㎞에서 2025년 14만6204㎞로 늘어났다. 지방도로도 빠르게 확충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농촌 지역 도로가 국가 도로망과 연결되게 되었다. 공항은 같은 기간 74개에서 160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인프라 건설의 가속화로 인도의 인당 철강 소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4㎏에서 2024년 102.6㎏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철강 소비는 인프라 확충과 함께 계속해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모디 정부 11년 동안 인도는 연평균 6.4%의 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나 홀로 성장했고, 모디 총리는 지난해 3선에 성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디 정부가 추진한 전국 차원의 대형 인프라 건설 성과 이면에는 기존의 인프라를 유지 보수하거나 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6월 9일에도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 인근 타네 지역의 문브라역 인근에서 급행열차에 매달린 승객들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뭄바이 인근 철도에서만 2022년 기준 2500여 명이나 사망했다. 대부분이 기존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나 안전조치 부실로 인한 사고였다. 2023년 6월에는 21세기 인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철도 사고로 기록될 정도로 288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사람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시속 128㎞로 달리던 열차가 철도 시스템 오류로 정차해 있던 화물차를 정면으로 충돌했고, 이 사고로 튕겨 나간 객차가 반대 방향에서 오던 열차와 충돌하는 2차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 또한 기본 시설의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부실로 발생했다고 비판을 받았다.
 
경제성장으로 빈곤층 감소 ··· 농촌지역은 근근이 버티고 있어

모디 정부는 극빈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세계은행이 6월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절대빈곤선(extreme poverty) 이하의 사람들이 2012년 3억4447만명에서 2022년 7524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무려 2억 6900만명이 절대빈곤선에서 벗어난 기록이다. 즉, 절대빈곤율이 27.1%에서 5.3%로 감소했다. 세계은행이 절대빈곤선 측정 기준을 기존 1일 2.15달러에서 3달러로 높인 상황에서도 인도의 빈곤율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중하위소득 국가의 빈곤선인 하루 4.2달러(3.65달러에서 상향 조정)를 고려하더라도 인도의 빈곤율은 2011~12년 57.7%에서 2022~23년 23.9%로 절반 이하 감소했다.

최근 조사가 수행된 방식과 표본 설계의 변화로 인해 2011~12년과 2022~23년에 실시된 소비 지출 조사(CES)의 비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집권 11년 차를 마친 모디 정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최근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파키스탄과의 비교해서 인도의 빈곤율 감소를 홍보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절대빈곤율은 2017년 4.9%에서 2021년 16.5%로 크게 높아졌다. 중하위소득 빈곤율(하루 4.2달러)도 2017년 39.8%에서 2021년 44.7%로 증가했다. 하지만 인도의 이러한 빈곤율 감소 성과는 “인도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노동인구의 약 90%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농업 고용의 대부분은 비공식 고용 형태로 이루어진다. 비공식적으로 농촌에서 일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수많은 인도 무토지 노동자들이나 소작농들의 삶은 최근 기후변화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요즘 인도는 연일 40도가 넘는 기온에 많은 사람이 열사병에 고통받고 있다. 일부 지역 기온은 45도가 넘었고, 체감 온도는 이보다 더한 상황이다. 지난해 열사병 환자가 4만명 이상 나왔다. 인구가 많고 낙후된 우타르프라데시나 비하르주와 같은 북인도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전력과 같은 인프라 시설이 열악하여 40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잦은 단전으로 선풍기마저 틀지 못하는 힘든 상황이 일상이다. 농촌 지역의 빈곤층 삶은 더욱 열악하다. 특히, 올여름 인도 농촌의 빈곤층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인도 농촌의 많은 빈곤층은 마하트마 간디 국가 농촌 고용 보장 제도(MGNREGS)로 근근이 일자리를 얻어 힘든 시기를 버텨왔는데, 이번 여름을 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인도 재무부가 사상 처음으로 2025~26 회계연도 상반기(9월까지) MGNREGS 지출 한도를 연간 예산의 60%로 제한했다. 지금까지 농촌 일자리 보장 제도는 이러한 지출 한도 제한 없이 수요 주도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인도 재무부는 MGNREGS를 담당하는 농촌개발부에 지금까지 면제되었던 지출 통제 메커니즘인 월/분기 지출 계획(MEP/QEP)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MGNREGS의 실질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자리 경쟁은 치열하다. 코로나 사태로 농촌으로 돌아온 1000만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 중, 일부는 아직도 원래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농촌에 남아 정부의 일자리 지원 정책의 혜택을 바라보고 있다.

농촌 빈곤층이 MGNREGS의 혜택으로 받은 임금이라고 해봤자 불과 하루에 200~300루피가 고작이다. 300루피를 초과한 지역은 인도 전체 28개 주 중에서 하리야나, 펀잡, 케랄라, 카르나타카 등 단 4곳뿐이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나 나갈랜드와 같은 지역은 하루에 불과 234루피만 받는다. 이 액수는 한화로 4000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다. 아무리 농촌 지역이라고 해도 이 돈으로 4인 가족이 한여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이마저도 1년에 가족당 1명만 100일간 지원해 준다. 세계 4위 경제 대국을 자랑하고 빈곤율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자랑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인도의 수많은 빈곤층은 오늘도 하루하루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인도 정부는 ‘성장의 인도’ 건설도 중요하지만 연일 40도가 넘는 열기에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빈곤층을 구제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도 중산층 우리의 손님으로 모실 방안을 강구할 필요

모디 정부 집권 11년 동안 인도가 빠르게 성장한 과정에서 관용과 포용의 오랜 전통이 쇠퇴하고 무슬림과 같은 소수 종교집단과 빈곤층의 삶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지만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인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전략을 새롭게 할 때다. ‘성장의 인도’를 추구하며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디 정부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029년까지 최소 4년을 더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인도의 주요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증대하고 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설비투자를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력, 송전선, 항공, 친환경 수소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는 인도 기업들이 “거시경제 호황과 국내 자금 조달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성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모디 정부가 '디지털 인디아'를 적극 추진하면서 인도는 이미 유니콘 기업을 벌써 119개나 배출했다. 미국(1039개), 중국(246개)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소득이 늘어나 씀씀이가 커진 인도 중산층은 내수에 기반한 인도 경제의 탄탄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난 인도 사람들은 최근 해외를 많이 다닌다. 인도 중산층의 해외여행과 유학이 부쩍 늘었다. 필자의 인도 지인들을 보아도 확실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도인들의 해외여행 시장 규모가 2019년 380억 달러에서 2027년 89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지역은 이미 인도인들이 최대 관광객으로 자리매김했고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미나 유럽으로도 많이 떠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나 기업들은 인도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도 중산층을 우리의 손님으로 모실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겠다. 북미를 오가는 많은 인도 사람이 인천공항을 환승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일단 이들부터라도 하루 이틀 정도 한국을 관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연구소 소장 ▷인도연구소 HK+ 사업단장 ▷<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Editor-in-Chief, Journal of India and Asia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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