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현실화 '성큼'…희비 갈리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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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상법개정안 재입법을 두고 자본시장 이해관계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는 반면 증권사나 법무법인, 의결권 자문사들은 새 수익원 확보 가능성에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8일 정치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내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한다. 상법개정안은 상법에서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총주주'로 범위를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재추진되는 상법개정안은 기존의 내용에 △독립이사 선출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을 포함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상장회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지난해 11월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상법개정안에 반대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법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해왔다. 소액주주의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자문 및 소송 등 상장비용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회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상장을 유지하면서 얻는 기업의 효익 대비 비용이 늘어날 경우 자진 상폐를 통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보장되지 않는 반면 상장기업에 가해지는 규제는 많아질 경우 최대주주가 자진 상폐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장기업들은 이번 상법개정안에 새로 추가된 '3% 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3%룰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상장사의 구조를 고려할 때 집중투표제와 3%룰을 동시에 적용할 경우 해외 사모펀드 등 외부 세력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증권사를 비롯해 투자자문사, 의결권자문사 등은 실적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기업과의 관계를 의식해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상법개정안이 증시 부양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증시가 활황일 경우 투자수익을 노린 트레이딩이 늘어나기 때문에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자진 상장폐지 또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상장사의 경우 자진 상장폐지는 상폐 비용을 부담하고 '울며 겨자먹기'식 선택인 반면 증권사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자진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10건에 불과했던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는 2024년 14건으로 늘었다.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딜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NH투자증권이 2023년 9월 증권사 최초로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2024년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상장유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지배주주 또는 PEF에 의해 추진되는 자발적 상장폐지 사례가 2022년에 들어서부터는 본격화하는 추세"라며 "해외의 경우 비상장 상태에서 기업성과와 기업가치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과 상장유지 비용의 제거, 저평가된 상장기업의 인수로 인한 투자수익 창출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자발적 상장폐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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