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기대와 다르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이른바 '핫'한 종목들을 하나로 묶은 테마형 ETF가 연이어 시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막상 상장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다수다.
4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비만치료 테마 중 순자산이 가장 큰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2.85%다. 같은 기간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도 -18.36%,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도 -14.83%를 기록했다.
비만치료제 ETF는 상장 초반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현재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순자산도 쪼그라들었다.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는 순자산이 48억원으로 규모가 작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서는 자산운용사가 ETF 설정 후 1년 후부터 1개월 이상 50억원 미만 ETF를 상장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ETF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에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종목 비중만 대동소이할 뿐 비슷한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테마가 뜨면서 반짝 주목 받았지만 상장 후 1년이 지난 가운데 수익률이 낮아졌다.
주식시장에서 특정 테마가 부상하면 관련 테마형 ETF도 줄줄이 상장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거 등장했던 이차전지 테마형 ETF의 경우 수익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의 최근 6개 수익률은 -52.92%에 달한다.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도 -51.70%다. 레버리지 상품 외에 이차전지 ETF는 대부분 -25%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ETF가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수입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은 특정 테마가 부각되면 테마형 ETF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테마형 ETF 난립, 인기 상품 베끼기 등이 투자자의 손실과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이 대표지수 추종형 ETF의 보수는 극단적으로 인하하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테미형 ETF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는 점도 테마형 ETF의 난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자산 규모가 50억원에 못 미치는 ETF는 62개다. 100억원이 되지 않는 ETF도 984개 중 237개다.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ETF도 적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테마형 ETF의 순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은 26%였다. 테마형 ETF의 순자산가중평균 총보수비율은 34.3bp(1bp=0.01%포인트)로 시장 대표지수형 ETF의 6.5bp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마형 ETF는 본질적으로 특정 이슈나 트렌드에 기반해 출시되고 일부 상품은 단기간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대거 유치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해당 이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약화되거나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면 기존 테마형 상품의 수익률은 하락하고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출돼 이 과정에서 손실을 경험하는 투자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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