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학생 차단' 압박에 우려 확산…"트럼프, 황금알 낳는 거위 죽여"

  • 사실상 중국 유학생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의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의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데 이어 외국인 학생의 이름과 국적 공개까지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발과 함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왜 하버드대는 전체 학생의 거의 31%가 외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는 걸까”라고 적으며 유학생 정보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것에 이어 유학생 차단 압박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또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하버드대 조치가 ‘본보기 사례’라며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 묻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조치는 법원에 의해 일단 효력이 중단됐지만 그럼에도 하버드대를 비롯해 유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미국 대학가 전반에 긴장이 확산하고 있다. 하버드대 국제 오피스에 따르면 현재 140여개국 출신 외국인 유학생 약 6800명이 재학 중이며,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 학생 및 연구자는 총 434명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252명, 연구자 및 교환학생은 182명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층은 미국 명문 대학들이 진보 성향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며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 유대주의 근절을 명문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학의 교내 정책 변경 및 정부의 학내 인사권 개입 등을 요구해왔고, DEI 정책을 폐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버드대는 이러한 요구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율성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NYT는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이 아닌 영국이나 캐나다를 선택하는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샐리 콘블루스 총장은 지난 22일 행정부의 조치가 나온 직후 메시지를 발표하고 "깊은 충격 속에 이 글을 쓴다"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자신의 모교인 미 프린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의 훌륭한 대학들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상이며, 중요한 국가 자산”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비영리 국제교육자협회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기준 미국에는 약 110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이들이 미국 경제에 약 430억달러(약 60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약 37만 8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 경제매체 포춘지는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죽이고 있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연구 자금을 삭감하고 유학생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숲 전체를 불태우는 일”이라며 “트럼프의 조치로 연방정부 지원금이 중단되고 일부 연구실이 문을 닫으면서 생명을 구하는 암 연구조차 중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힘은 개방성에서 나온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산업 등을 탄생시킨 것은 이민자들과 연구 보조금 덕분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중국 유학생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5월 기준 하버드대의 중국인 유학생은 1200명로 전체 유학생의 17.6%를 차지한다. 중국은 23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미국의 관련 조치는 미국 이미지와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뿐”이라며 비판했다.

한편 제일재경·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외신들에 따르면 홍콩·마카오 당국과 일부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하버드대 외국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스 로 SCMP 칼럼니스트는 "거의 몇 주에 한 번씩 유명 학자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주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면서 "이제는 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중국 본토와 홍콩이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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